“정부-기업 비리 고발하세요” 인터넷 폭로전 개봉 박두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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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로고.
‘위키리크스’로고.
세계가 투명해지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인가, 무분별한 폭로전의 서막인가.

1971년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베트남을 선제공격해 베트남전이 일어났다’는 국방부 기밀문서(펜타곤 페이퍼)를 익명의 제보자에게서 입수 보도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1972년 역시 익명의 제보로 시작된 워터게이트 사건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불러왔다.

그러나 이제 정부의 기밀문서를 가진 제보자는 인터넷 사이트를 먼저 생각할 것 같다. 워싱턴포스트는 정부와 기업의 불법적이거나 비윤리적인 행태가 담긴 문건을 익명으로 폭로할 수 있는 웹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org)가 문을 열 예정이라고 15일 보도했다.

위키리크스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모델로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반체제 인사와 수학자들이 모여 만든 사이트. 제보자의 신분을 보호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3월 이전에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금까지 세계의 반체제 단체와 익명의 제보자들이 위키리크스 측에 제공한 문건만 120만 건이 넘는다.

운영자 제임스 첸 씨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자유로운 언론만이 정부의 비리를 효과적으로 폭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펜타곤 페이퍼를 둘러싼 미국 정부 대 언론의 소송에서 연방 대법원이 언론의 손을 들어 주며 내렸던 판결문을 인용한 것.

위키리크스는 위키피디아와 마찬가지로 일단 문건이 공개되면 문건을 작성한 당사자를 포함해 광범위한 사용자들이 문건의 의미와 신뢰도를 검증하게 된다.

그러나 위키리크스의 활동 계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가의 중대 기밀이 새어 나가 국익을 해치거나 잘못된 정보를 흘려 억울한 피해자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난 정부 문서공개 운동가 스티븐 애프터굿 씨도 위키리크스 자문단에서 활동해 달라는 제의를 거절했다. 그는 “무분별한 폭로는 무조건 숨기고 보는 것만큼이나 문제가 되므로 공개 과정에서 검증 장치가 필요하다”며 위키리크스가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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