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 멍드는 러시아 경제…선심정책 펑펑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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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2008년 3월 대선을 앞둔 러시아에서 이렇게 말하는 경제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상승세를 탄 경제를 멍들게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신년 초부터 육아 보조금을 둘러싸고 선심성 정책 논란이 벌어지는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다. 러시아 정부는 1월 1일부터 둘째 아이를 출산하는 산모에게 약 26만 루블(약 93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1인당 연평균 소득이 12만8000루블(약 460만 원·2006년 12월 세계은행 통계)인 러시아에서 이런 보조금은 거의 횡재에 가깝다.

육아 보조금을 미혼인 청년 실업가들에게서 걷자는 논의도 있었으나 정부는 석유 수출을 통해 적립한 사회안정화기금에서 보조금을 지출하고 있다. 보조금 액수와 자원을 둘러싸고 대선을 겨냥한 선심 정책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 정책을 예정대로 강행했다.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어 ‘사회 불만’ 계층으로 분류되던 교사 의사 월급과 노인층 연금도 지난해 평균 35% 이상 오른 데 이어 올해도 대폭 올라갈 전망이다.

이 같은 정책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하기 때문에 시장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그렇지 않아도 러시아 경제의 동력이 될 산업 생산 증가율은 2005년부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밑돌았다.

이에 비해 석유 등 에너지 자원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54.7%에서 지난해 65.2%로 올라갔다. 자원 수출 의존도가 올라간 것은 산업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다.

경제전문가들이 집권당과 크렘린의 선심 정책보다 더 두려워하는 것은 대선에 따른 미래의 불확실성 증가. 러시아 최고 경제 분석 집단으로 꼽히는 르네상스 캐피털은 “대통령 후계자 결정 과정이 불투명하고 게임의 법칙이 없기 때문에 (경제에 해로운) 불확실성이 1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간지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지지율 70%를 웃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공백을 메울 지도자가 올해 말까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의 3기 연임을 금지해 푸틴 대통령은 현행 헌법 아래서 차기 대선에 나설 수 없다.

증권회사 애널리스트 올가 넬렌카야 씨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 변동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외국인 투자 감소와 산업 체질 약화로 경제가 1990년대의 혼란을 다시 겪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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