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녀 아리아, 뉴욕의 밤 적신다…메트오페라 주역 발탁

  • 입력 2007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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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권위의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메트) 역사상 최초로 한국인 남녀가 오페라 주역을 맡는다.

10일 메트가 공연하는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춘희)’에서 각각 주역 비올레타와 알프레도 역으로 등장하는 소프라노 홍혜경(47) 씨와 테너 김우경(29) 씨가 그 주인공.

홍 씨는 1984년 메트에 데뷔해 그동안 이 극장을 대표하는 주역가수 중 한 사람으로 활동해 왔다. 김 씨는 이번 공연이 메트 데뷔로 한국인 테너가 메트 무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27년 메트 역사상 동양인이 한 무대에서 남녀 주역을 맡은 것도 역시 처음이다.

메트는 이탈리아 라 스칼라, 영국 로열오페라(코벤트가든)와 함께 세계 3대 오페라극장으로 꼽히지만 풍성한 민간의 지원에 힘입어 20세기 중반 이후 사실상 세계 정상의 위치를 고수해 왔다.

‘라 트라비아타’는 푸치니 ‘보엠’, 비제 ‘카르멘’과 함께 오페라 역사상 3대 걸작으로 꼽히는 인기작. 메트에서도 매년 공연되는 간판 작품으로 꼽힌다.

홍 씨와 김 씨는 지난해 8월 말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메트의 야외 콘서트 오페라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정서적으로 충만한 아리아를 강렬하게 선사했다”고 홍 씨의 열창에 찬사를 보냈으며 “열렬하고도 날카롭게 관통하는 목소리”라고 김 씨의 목소리를 호평했다.

홍 씨와 김 씨는 메트가 이번 시즌에 마련한 15차례의 ‘라 트라비아타’ 공연 가운데 10일 개막 공연을 포함해 총 5차례 남녀 주역으로 등장한다.

메트 측은 두 사람이 주역을 맡은 공연 중 주말인 13일, 27일 공연은 대부분 등급의 좌석이 이미 매진됐으며 다른 날짜도 일부 등급의 좌석은 이미 매진됐다고 밝혔다.

홍 씨는 1984년 동양인 최초로 메트 주역 가수로 데뷔한 뒤 ‘라 보엠’의 미미, ‘투란도트’의 리유, ‘리골레토’의 질다를 비롯한 수많은 배역을 소화해 왔다.

이번 공연에서 처음 한국인 테너로 메트 무대에 서게 된 김 씨는 홍 씨와 조수미 신영옥 씨, 베이스 연광철 씨에 이어 5번째로 메트 무대에 선 한국인이 된다.

한양대 성악과와 독일 뮌헨 음대를 거친 김 씨는 2003년부터 드레스덴 젬퍼오퍼의 주역 가수로 활동하다 지난해 메트의 2006∼2007 시즌 데뷔 아티스트로 선발됐다. 2004년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테너로는 처음으로 1위에 입상한 바 있다.

티켓 가격이 200달러(약 19만 원) 안팎인 메트 관람은 브로드웨이 뮤지컬,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함께 뉴욕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꼽힌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메트 관람과 뉴욕관광을 결합한 관광 상품이 등장할 정도로 뉴욕의 고급 문화를 상징하는 코드이기도 하다.

▼메트로콜리판 오페라 약사▼

△1880년: 오페라협회 설립 △1883년: 구노 ‘파우스트’로 개막 공연 △1892년: 화재로 일시 휴장. 이듬해 재개장 △1910년: 푸치니 ‘서부의 아가씨’ 기념비적 초연 △1966년: 링컨센터로 이전 △1973년: 전속 지휘자 제도 폐지, 음악감독제 신설 △현재 좌석 3800석. 자체 라디오와 위성방송 운영, 전 세계 100곳의 영화관에서 오페라 실황 녹화물 상영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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