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아얀 히르시 알리]홀로코스트에 눈감은 무슬림

  • 입력 2006년 12월 19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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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네덜란드 에데에 살 때 여동생이 나를 방문했다. 소말리아 출신인 우리 자매는 네덜란드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으나 나만 망명 허가를 받았다.

당시 24세이던 나는 네덜란드에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3개 필수과목을 공부했다. 그중 하나는 역사학개론이었다. 나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처음 알게 됐다. 르완다 내전과 유고슬라비아 인종청소가 당시 국제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지만 내 머릿속에는 50여 년 전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동유럽에서 600만 명의 유대인이 죽음을 당했다는 충격이 떠나지 않았다.

나는 여동생에게 홀로코스트에 관해 얘기해 줬다. 여동생의 대답은 나를 더 큰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여동생은 확신에 찬 말투로 “다 거짓말이야”라고 소리쳤다. “유대인들은 진실을 왜곡하고 있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들은 가스실로 끌려가지도, 인종학살을 당하지도 않았어. 그렇지만 나는 언젠가는 지구상의 유대인들이 모두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당시 21세인 내 여동생이 말한 것은 사실 별로 새로울 것이 없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때 나는 “유대인은 악마이며 이슬람을 파괴하려는 적”이라는 얘기를 수없이 많이 들었다. 홀로코스트를 얘기해 준 사람은 없었다.

이후 케냐에서 10대 시절을 보낼 때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이슬람 국가들이 보낸 구호품이 답지했다. 구호품과 함께 유대인을 겨냥한 저주도 뒤따랐다. “유대인은 수많은 전쟁의 원인이니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면 유대인이 없어져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학술회의를 개최한 것에 충격을 받은 서방 국가 지도자들은 이런 현실을 알아야 한다. 대다수 무슬림은 홀로코스트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홀로코스트를 들어본 적이 없기에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더욱 무서운 것은 무슬림이 홀로코스트가 일어나기를 원하도록 학교에서, 가정에서 교육받는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는 서방 국가와 국제기구들의 구호품도 배달됐다. 그들은 약품과 콘돔, 건설자재들을 보내줬다. 그러나 홀로코스트에 관한 정보는 없었다.

주류 무슬림이 아마디네자드 학술회의에 침묵을 지켰다는 점이 놀랍다. 왜 리야드, 카이로, 라호르, 자카르타에서는 아마디네자드 학술회의 내용을 비판하는 모임이 열리지 않는가. 왜 이슬람회의기구(OIC) 56개 회원국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오랫동안 이슬람 지도자들은 과거 히틀러가 독일 국민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국민에게 ‘유대인은 사회악’이라는 선전을 주입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발점은 서방 국가들이 제3세계에서 증오를 전파하는 이슬람 자선에 대항할 수 있는 자선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이슬람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자선과는 달리 기독교 지원단체들이 보내온 구호품에는 증오가 묻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증오를 몰아내는 방법도 얘기해 주지 않았다. 서방 국가와 기독교 단체들은 무슬림, 비(非)무슬림 가리지 말고 홀로코스트를 알려야 한다

아얀 히르시 알리 인권운동가·전 네덜란드 국회의원

※ 알리 전 의원은 네덜란드 난민센터와 의회 등에서 여성과 이민자의 권익 향상을 위해 14년 동안 활동했다. 그는 2004년 이슬람 여성의 현실을 고발한 다큐 영화 ‘굴종’의 시나리오를 썼다. 당시 영화를 감독했던 테오 반 고흐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살해당했다. 올 5월 이민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네덜란드 시민권이 박탈된 그는 미국으로 이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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