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달러 꺾을까…5년만에 국제통화 2위로

  • 입력 2006년 12월 1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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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출범해 다섯 돌을 앞둔 유로의 위상을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달러의 약세에 비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유로가 2019년경에는 달러를 넘어서 국제기축 통화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반면, 아직도 달러에 맞서기는 ‘역부족’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급성장한 유로=유로는 현재 유럽 12개국에서 3억700만 명이 사용한다. 사용자 인구로만 따지면 달러(미국 인구 3억 명)를 넘어선다. 출범 당시 세계 외환보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였지만 올해 6월 말에는 25%로 늘어났다. 달러에 이어 명실상부한 2위의 국제공용통화가 된 셈이다.

그동안 유럽연합(EU) 회원국이 15개국에서 25개국으로 늘어났고 내년에는 슬로베니아가 13번째 유로 사용국이 될 예정이어서 유로권(Eurozone)은 갈수록 팽창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결제은행(BIS)은 “19세기를 영국 파운드가, 20세기는 달러가 각각 지배했지만 21세기에는 유로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멘지 친 미국 위스콘신대 교수도 2019년 유로가 달러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여전히 달러 시대=국제 외환보유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달러는 유동성 규모나 신용도에서 여전히 유로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유로 강세 역시 자체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라기보다 달러 약세라는 일시적 변수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달러는 여전히 대부분의 국제 거래에 쓰이고 있다. 거래량뿐 아니라 화폐의 또 다른 기능인 ‘가치 저장’ 측면에서도 여전히 달러가 앞선다.

영국이 여전히 유로를 외면하고 있는 것도 유로 확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제금융의 한 축인 영국이 파운드를 포기하고 유로에 동참할 경우 파괴력은 엄청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가까운 장래에 실현되기는 어렵다는 것.

이 때문에 달러가 갑자기 몰락하고 유로로 대체되기보다는 ‘복수의 기축통화 시대’로 넘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달러가 파운드를 대체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듯 당분간 달러와 유로가 공존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시각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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