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특별 해결사’…美 국방장관에 로버트 게이츠 발탁

  • 입력 2006년 11월 1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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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 빠진 이라크전쟁 등 난제를 처리해야 할 ‘특급 해결사’로 8일 발탁된 로버트 게이츠(63)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 그는 다른 외교안보 책임자와 마찬가지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그는 1989∼91년 백악관 안보담당 부보좌관을 지냈고 1991∼93년에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냈던 부시 전 대통령이 발탁해 CIA 국장에 올랐다. 그만큼 부시 전 대통령의 신뢰를 한몸에 받았다. 또 부시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조지 부시 행정대학원이 위치한 텍사스 A&M대 총장에 임명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대학 졸업 후 CIA에 들어가 주로 러시아 분석 업무를 맡아 온 그는 말단 직원에서 CIA의 최정상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윌리엄앤드메리대를 졸업했고 인디애나대에서 역사학 석사, 조지타운대에서 역사학(러시아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보분석 및 조직관리에서 역량을 보였지만 그의 옛 소련 정책평가는 “매우 강경했다”는 평이다. 그의 CIA 국장 재직 시절은 1차 북한 핵 위기가 서서히 끓어오르던 시점이다. 런던의 칼럼니스트 조너선 파워 씨는 2002년 2월 23일자 미국 보스턴글로브에 기고한 ‘부시의 위험한 게임’이란 글에서 “1994년 북한이 플루토늄 재처리를 시도하려 한다는 CIA 보고서가 보도되자 게이츠 전 CIA 국장과 브렌트 스코크로프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재처리 시설 폭격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는 민주·공화 양당이 지원하고 중도파 공화당원인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주도한 ‘이라크전쟁 스터디그룹’에 참여하면서 현 정부와의 끈을 계속 유지했다.

그는 1987년 CIA 국장에 지명됐지만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집권 후반기를 괴롭혔던 이란-콘트라 사건에 연루된 점 때문에 지명 철회의 시련을 겪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3년 이후 예일, 하버드, 밴더빌트대에서 강의했고 1996년에는 ‘음지에서: 대통령 5명의 냉전승리에 대한 내부인의 이야기’를 펴내기도 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 로버트 게이츠

△1943년 캔자스 주 위치타 출생 △조지타운대 박사(러시아사 전공)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회의(NSC) 근무 △CIA 부국장 (이란-콘트라 게이트 연루 논란)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CIA 국장(유일한 CIA 말단직원 출신 국장) △저서 ‘음지에서(From the Shadows)’

■ 한반도 정책 영향은…전작권 이양 등 예정대로 진행될듯

미국 국방장관의 경질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주한미군 재배치,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등 한미군사동맹 재조정은 큰 변화 없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미 국방부는 물론 워싱턴 소식통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 소식통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한미연합사 해체라는 대전제는 바뀔 수 없다”며 “다만 논란이 됐던 전환 시기는 새 장관이 들어서 업무를 파악하고 나면 일부 조정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한 관계자도 “장관 교체의 직접 원인이 이라크전쟁이어서 한미군사동맹 조정과 관련해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럼즈펠드 장관의 역점사업인 해외주둔미군재배치검토(GPR)는 이미 깊숙이 추진돼 온 사업이어서 그 하나로 논의돼 온 주한미군 일부 감축 등 구조조정도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 교체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담당하던 리처드 롤리스 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은 차관보로 승진해 계속 한미군사동맹 문제를 담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최근 아태담당 조직을 차관보급으로 격상키로 한 데 따른 것. 물론 새 장관이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적다.

작전권 이양 등 한미 현안을 직접 다뤄 온 마이클 피네건 한국과장은 곧 국립참모대학으로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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