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중간선거 D-1]“상원마저 넘어갈라” 공화당 전전긍긍

  • 입력 2006년 11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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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대 38(뉴스위크 2∼3일 조사), 51 대 45(워싱턴포스트-ABC방송 1∼4일 조사). 7일 실시될 미국 중간선거를 이틀 앞둔 5일(현지 시간) 공개된 선거 여론조사는 공화당에 먹구름을 안기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대로 민주당이 공화당을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상원 양분-하원은 민주당 장악’ 예상구도에서 뉴스위크 조사대로라면 ‘상원도 민주당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워싱턴포스트 조사의 6%포인트 차는 지난 6개월간 결과 중 공화당이 민주당을 가장 근접하게 따라간 수치라는 점에서 ‘의외’라는 평가마저 나오고 있다.》

찰리 쿡 리포트의 찰리 쿡 대표는 이날 “막판 관건은 역시 투표율이다. 지지층을 상대로 ‘왜 내가 투표해야 하는가’를 역설해 투표장에 이끌어 내느냐에 따라 공화당의 상원 장악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 선거법은 한국과 달리 “다른 유권자가 투표장에 나오도록 교통편을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 인기 없는 대통령의 텃밭 출동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35∼40% 선. 5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55%는 그를 끔찍이도 싫어한다’고 답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부시 대통령이 그동안 비공개 형식의 선거자금 모금행사에는 여러 주를 누볐지만, 공개 지원유세는 자제해 왔다.

부시 대통령은 4일 미주리 주에서 박빙의 선거를 치르는 짐 탤런트 현역 상원의원 지원유세에 나섰다. “민주당은 대테러 전쟁에서 미국을 안전하게 지킬 계획조차 없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사안을 단순화한 뒤 반복해 강조하는 특유의 어법 그대로였다.

이날 유세는 1일 시작한 ‘막판 10개 주를 돌며 공화당 붕괴를 막겠다’는 막판 격전지 순회 중 하나였다. 2002년, 2004년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했지만, 현재 현역의원이 떨어질 수 있는 곳을 선별했다. 몬태나, 플로리다, 미주리, 아이오와, 콜로라도 주 등이 대상이다. 버지니아, 오하이오 주처럼 접전지역 중에도 ‘인기가 바닥’인 곳은 피했다.

○ “제발 경제도 관심을…”

뉴스위크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가 주목한 쟁점은 단연 이라크전쟁(32%). 이어 경제(19%) 테러리즘(12%) 건강보험(11%) 이민(10%) 낙태(5%) 순이었다.

세금 많이 들고, 미군 사망자 늘어나고, 이라크 민주화 진전이 더뎌지면서 반전 여론이 높아가는데 이라크전쟁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부시 대통령으로선 필패 카드다. 백악관이 전쟁에서 경제, 감세정책으로 관심의 초점을 몰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4.4%로 2001년 이후 최저치다. 기름값도 승용차에 ‘탱크 가득’ 넣는 비용이 6개월 전 5만 원 선에서 3만5000원 선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부시=실정=이라크 실패=공화당 후보’라는 공식의 TV 광고를 대량 쏟아내면서 반전의 계기를 잡기엔 역부족의 기미가 보인다. 실제로 북한의 핵실험 직후에도 미국 언론은 3년 반 묵은 이라크전쟁에 훨씬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 “네오콘도 등 돌린다”

미국의 군사력을 바탕에 둔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철학을 전파하던 네오콘(신보수주의) 핵심 인사들도 ‘전쟁 반대’를 선언하는 현상은 공화당 후보들을 절망케 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는 리처드 펄 전 국방자문위원장. 미국기업연구소(AEI)에 몸담은 그는 ‘베니티 페어’ 11월호 인터뷰에서 “미국의 준비 부족 때문에 사담 후세인 제거가 이런 결과를 낳을 줄 알았더라면 난 전쟁을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은 전쟁 종료 후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재야의 거물’로 네오콘그룹의 이라크정책 전도사였던 그의 전쟁 비판론은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미군 독자를 위해 군 관련소식을 묶어내는 육군타임스, 해군타임스 등 민간 신문 4곳은 선거 전날인 6일자에 맞춰서 “전쟁실패 책임을 지고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사임하라”는 사설을 싣기로 했다.

그만큼 장병들의 사기와 전쟁 부담이 커졌다는 증거다. 3일 전 부시 대통령이 “럼즈펠드 장관은 직무를 잘 수행했다. 남은 임기 2년도 함께 간다”고 말한 것과 180도 다른 정서를 읽을 수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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