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국 10년 맞은 알 자지라 방송

  • 입력 2006년 10월 31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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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방송이면서, 가장 널리 시청되는 방송."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 씨는 1999년 알자지라 방송을 이렇게 평가했다.

2년 뒤 미국의 한 일간지는 "탄저균보다 더 치명적으로 방송을 오염시킨다. 미군은 이 방송을 먼저 중단시켜야 한다"고 알자지라 방송을 비난했다.

'가장 자유로운 방송'과 '탄저균 같은 방송'으로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알자지라 방송이 1일 개국 10주년을 맞는다. 짧은 역사지만 이 방송국이 그동안 보여준 영향력은 어느 강대국의 거대 방송국 못지않다.

아랍어로 '섬' 이라는 뜻의 이 방송국은 카타르 국왕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 일가가 1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설립했다. 본사는 카타르 도하에 있다.

알타니 일가가 알자지라를 설립한 것은 아랍권 시청자들이 객관적인 뉴스에서 소외돼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알자지라는 초기에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등 아랍권 정부의 주장과 견해가 다른 뉴스를 내보내는 전략으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이 방송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계기는 2001년 9ㆍ11 테러였다. 사건 직후 알자지라는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 성명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고 헤즈볼라의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등 서방 언론이 접근할 수 없는 핵심 인물을 잇따라 단독 인터뷰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을 거치며 알자지라는 중동의 무장 저항세력을 '순교자'로 표현하는가 하면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주민 공격 실태 등을 보도해 기존 보도와 차별적인 시각을 보였다. 시청자가 크게 늘면서 알자지라는 서방 언론과는 다른 시각을 제공하는 방송사라는 위상을 굳혀갔다.

하지만 알카에다를 비롯한 테러 집단의 대외 성명 비디오를 단독 방영해 '테러리스트들의 선전전에 이용된다'는 비난도 받았다. 몇몇 국가에선 취재를 금지당하기도 했다.

알제리 정부는 2004년 자국의 정치적 상황을 둘러싼 보도를 문제 삼아 알자지라 특파원의 활동을 금지시켰다. 2003년에는 '테러를 부추기고 이라크를 부정적으로 묘사한다'는 이유로 바그다드 지국이 일시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알자지라는 중동지역은 물론 워싱턴, 런던 등 세계 30여개 도시에 지국을 두고 있다. 시청자는 65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경제전문지 포브스 아랍판이 선정한 '아랍 최고 브랜드 40' 가운데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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