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지방정권 장악’ 박차

  • 입력 2006년 9월 2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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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지방 수뇌부 다잡기’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그동안 중앙의 거시조정 정책에 반발해 온 ‘지방 제후’ 천량위(陳良宇) 상하이(上海) 시 당서기를 15일 전격 축출한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28일 천 전 서기 및 비리에 연루된 국장 및 부국장급 간부 20명을 모두 구속했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상하이발로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수사 대상이 6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형사 처벌되는 간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부패 척결과 거시조정, 안전사고 방지를 앞세운 후 주석의 이런 행보는 내년 가을로 예정된 17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권력기반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부패척결 전국 확대=천 서기 축출을 필두로 시작된 반(反)부패 수사는 최근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상하이 시뿐만 아니라 10조 원에 이르는 전국의 사회보장기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앙정부는 지방을 다잡을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다.

상하이 시의 사회보장기금 비리 수사도 확대되고 있다. 천 전 서기 등 20명이 구속된 데 이어 황쥐(黃菊) 부총리의 부인 위후이원(余慧文) 상하이자선기금회 부회장과 천 전 서기의 부인 황이링(黃毅玲) 씨도 이미 수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상하이방(上海幇)의 거두’ 황 부총리도 비리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게 된 셈이다.

앞서 리바오진(李寶金) 톈진(天津) 시 검찰총장과 류즈화(劉志華) 베이징(北京) 시 부시장도 기율 위반과 부패 혐의로 각각 축출됐다.

▽‘거시조정’ 안 따르면 처벌=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최근 3년간 토지 297만여 평의 불법개발을 허가한 리신민(李新民) 허난(河南) 성 정법위 서기와 왕원차오(王文超) 정저우(鄭州) 시 당서기에게 27일 ‘엄중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들은 중앙정부의 토지사용 제한정책 발표 이후 처음으로 징계를 받는 고위직 인사. 중국에서 당정 고위직 인사가 ‘엄중경고’를 받으면 출세에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경기 과열 억제와 ‘묻지 마 개발’ 방지를 위해 2년 전부터 중국 지도부가 외쳐 온 거시조정 정책은 처음엔 ‘권고사항’이었지만 이제는 따르지 않으면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

▽후 주석 측근들은 승승장구=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공산당이 저우바이화(周佰華·58) 후난(湖南) 성장을 국무원 산하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장으로 전보하고 후임에 저우창(周强·46) 공산주의 청년단(공청단) 중앙서기처 제1서기를 내정했다고 28일 보도했다.

저우 내정자는 후 주석의 직계파벌인 퇀파이(團派·공청단) 인맥이다. 1980년대 공청단 제1서기를 지낸 후 주석은 집권 이후 공청단 인사를 지방요직에 집중적으로 배치해 왔다.

내년 17차 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중앙정치국 위원 ‘진입 0순위’로 알려진 리커창(李克强·51) 랴오닝(遼寧) 성 당서기와 리위안차오(李源潮·56) 장쑤(江蘇) 성 당서기도 바로 공청단 출신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후 주석이 ‘지방 다잡기’를 통해 무능력, 부패 인사나 저항세력을 제거하고 직계인사로 채워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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