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女大 “남학생도 받아요”… 속속 남녀공학으로

  • 입력 2006년 9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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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미국 버지니아 주 랜돌프메이컨 여대에서는 재학생과 졸업생의 연합 시위가 열렸다. 대학 당국의 남녀공학 전환 결정에 반대하기 위한 것. 격렬한 시위에도 불구하고 이 대학은 내년부터 남자 신입생을 받기로 했다.

미국의 유수 여자대학이 100년 이상 고수해 온 ‘금남의 집’ 전통을 속속 포기하고 있다. 레지스 여대(매사추세츠 주), 더글러스 여대(뉴욕 주)는 내년부터 남학생을 받기로 했고 웰스 여대(뉴욕 주)는 지난해 남녀공학으로 바뀌었다.

1960년대 300여 개교에 이르던 여대는 지난해 60개교로 줄어들었다. ‘7자매(Seven Sisters)’로 불리는 유명 7대 여대 중 배사 여대는 1969년 일찌감치 남녀공학으로 변신했다. 웰즐리, 바너드, 스미스, 브린모어, 마운트홀리요크, 래드클리프만 여대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여대의 남녀공학 전환은 지원자 격감과 이에 따른 재정 압박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여대 지원 감소의 시발점은 1960년대 말∼70년대 초 많은 대학이 여학생에게 문호를 개방하면서부터. 1969년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명문 사립대가 학부 과정에 여학생을 받아들인 데 이어 1972년 통과된 ‘타이틀 11(Title XI)’ 법안은 공공지원을 받는 주립대에 남녀 차별을 금지하도록 했다. 여고 졸업생 중 여대 진학 의사를 밝힌 학생은 해마다 줄어들어 10년 전 5%에서 지난해 3.4%로 낮아졌다.

‘여대 고수’를 외치는 여대는 남성이 배제된 교육 환경이 리더십 배양에 더 적절하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남녀공학의 대세를 막기 힘든 실정이다. 여대 재학생도 10명 중 4명이 남녀공학으로 편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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