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베의 일본’과 어떻게 지낼 것인가

  • 입력 2006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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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베 신조 관방장관이 9월에 총리가 될 것이 확실하다. 젊은 리더 아베 장관의 보수 우파 철학과 친미(親美) 일변도 외교노선은 한국 중국과의 관계에 긴장과 마찰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이런 아베의 뒤를 일본의 보수 우경화 물결이 튼튼하게 받치고 있다.

아베 장관은 “미일동맹이야말로 전쟁 억지와 동북아의 안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미국 중시 노선을 높이 평가하고, 측근들도 “미일동맹에서 일본의 힘이 나온다”고 주장하는 인물들로 포진시켰다.

아베 장관은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지도자가 나라를 위해 숨진 사람을 존숭(尊崇)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나 있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에 노예제도를 옹호한 남군 장군 묘도 있는데, 거기에 미국 대통령이 참배한다고 해서 노예제 옹호냐”고 궤변에 가까운 반론을 펼 정도다.

아베 장관은 멀리 인도와 호주를 ‘가치관을 공유하는 나라’라는 이름으로 유혹하며, “미일과 더불어 4국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면서도 중국에 대해서는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공산권) 나라” “아시아 외교는 중국과의 관계에서만 파악하면 안 된다”고 말해 각을 세울 태세다. 동북아에 중-일 간 신(新)냉전이 우려되는 이유다.

한국도 이런 ‘아베의 일본’과 더불어 살아갈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 일본이 ‘한국을 경시할 수 없도록’ 외교전에서 밀리지 않는 게 급선무다. 미일동맹은 강화되는데, 헛된 ‘자주 타령’으로 한미동맹만 훼손하는 식의 무모한 외교는 자멸을 재촉할 뿐이다.

일본 사회 일각의 망언이나 도발에 단견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청와대가 “야스쿠니에서 전범 14명을 분사(分祀)해도, 총리 참배는 안 된다”는 식으로 배수진을 편 것은 현책(賢策)이 아니다. 분사만을 요구해온 중국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우리만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 반일감정에 의존하려 들지 말고 국익 관점에서 최대한 신중하고 유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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