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 속내 궁금” 美교수 1년간 위장신입생 생활

  • 입력 2006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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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자신이 신입생으로 생활했던 기숙사에 다시 들른 캐시 스몰 미국 노던 애리조나대 교수. 그는 “요즘 대학생들은 현실적인 고민으로 가득하다”며 “낭만적인 대학생활은 이제 기대할 수없다”고 말했다. 사진출처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2002년 자신이 신입생으로 생활했던 기숙사에 다시 들른 캐시 스몰 미국 노던 애리조나대 교수. 그는 “요즘 대학생들은 현실적인 고민으로 가득하다”며 “낭만적인 대학생활은 이제 기대할 수없다”고 말했다. 사진출처 뉴욕타임스 웹사이트
‘왜 요즘 대학생들은 토론을 하지 않지.’ ‘왜 요즘 대학생들은 교수와 면담하기를 꺼릴까.’ ‘왜 요즘 대학생들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람과 같이 사라지나.’

평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있던 캐시 스몰 미국 노던 애리조나대(NAU) 인류학과 교수는 직접 대학생이 돼서 해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2002년 1년간 교수직을 휴직한 그는 이 대학 신입생으로 위장 입학하여 요즘 대학생들의 가치관을 알아보았다.

뉴욕타임스는 23일 대학생으로 1년을 보낸 스몰 교수가 이 특이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 화제를 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책의 제목은 ‘나의 대학 신입생 생활: 교수가 학생이 돼서 무엇을 배웠나(My Freshman Year: What a Professor Learned by Becoming a Student)’. 지난해 하드커버로 출간된 후 쇄(刷)를 거듭하더니 이달 초 페이퍼북으로 나온 지 1주일 만에 2만여 부가 팔려 나갔다.

다시 학생이 된 스몰 교수가 깨달은 것은 요즘 대학생들이 게으른 것이 아니라 철저한 실용주의로 무장하고 있다는 것. 대학교육을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한 ‘중간 다리’로 여기는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기보다는 취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특별활동에 더욱 힘을 쏟는다. 그러다 보니 수업시간에 논리적 토론은 없고 단답식 의견 표출만이 있을 뿐이다.

대학 등록금이 급등하면서 주당 10∼20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일상화된 것도 대학생활에 집중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라고 스몰 교수는 분석했다.

요즘 대학생활의 또 다른 특징은 공동체 의식의 부재. 컴퓨터와 휴대전화의 영향으로 대학생활이 소규모 집단 위주로 변질되면서 과거보다 다양성이 더욱 부족해졌다는 것. 책 속에서 한 일본 유학생은 “미국 학생들은 겉으로는 친절하지만 내 전화번호를 묻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성의식의 변화를 보여 주는 문화적 단면들도 자세히 언급됐다. “여학생들은 기숙사 방 앞에 칠판을 걸어놓는데 여기에 얼마나 많은 남학생이 성적(性的)인 메시지를 남겨 놓는가에 따라 인기 순위가 결정된다”고 스몰 교수는 전했다.

50대 중반인 스몰 교수는 여느 대학생처럼 학기당 다섯 과목씩 수강하고 기숙사에 살면서 관찰과 집중 인터뷰 기법을 활용해 책을 출간했다. 최근 NAU는 이 책에서 지적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수업 커리큘럼과 기숙사 운영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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