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빚쟁이 나라 졸업!”

  • 입력 2006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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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외경제은행은 21일 18개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에 지고 있던 장기 국가 부채 237억 달러(약 22조5150억 원)를 모두 갚았다고 발표했다.

AFP통신은 “러시아의 부채 상환은 파리클럽 50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 전했다.

1998년 대외채무지불유예(모라토리엄) 선언 당시 빚이 1600억 달러(약 152조 원)나 되던 러시아가 이제 ‘빚쟁이 나라’라는 오명을 벗고 국가신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일 달러의 힘=러시아가 빚더미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힘은 고유가로 벌어들인 오일 달러. 러시아는 지난해 2억30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해 847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석유 제품을 포함한 수출액은 1180억 달러로 수출액의 절반에 육박한다.

러시아 재무부는 올해 재정 흑자의 55%도 석유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자국의 우랄 산(産) 석유 판매가격이 배럴당 20달러를 넘으면 석유안정화 기금을 적립해 왔다. 그리고 적립액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외채 상환이나 연금 적자 보전에 사용했다. 최근 고유가가 이어지면서 외채 상환액도 늘어나 1999년 1545억 달러에 이르던 국가 채무가 지난해에는 1076억 달러로 줄었다.

거꾸로 외환보유액은 한계를 모를 정도로 올라가고 있다. 1999년 외환보유액은 150억 달러였으나 올해에는 250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5월에는 외환보유액 세계 4위였던 한국을 밀어내고 중국 일본 대만 다음 자리를 차지했다.

▽순채무국에서 순채권국으로=8년 전 러시아는 단기부채를 갚는데도 숨이 가빴다.

외화를 벌지 못하고 부채가 쌓여 가자 러시아 정부와 중앙은행은 1998년 8월 17일 외채에 대한 지불유예를 선언했다. 그랬던 러시아가 지금 순채권 국가로 바뀌고 있다.

러시아 재무부는 늦어도 2008년까지 1000억 달러의 장기 채무를 갚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장기 외채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면 해외 투자 등을 통해 빌려 준 돈을 독촉하는 국가로 변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게 되면 한국에서 빌린 돈도 갚을 가능성이 있다. 2003년 9월 김진표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은 러시아 재무장관을 만나 당시 원리금 합계가 22억4000만 달러에 이르던 대(對) 러시아 차관을 15억8000만 달러(약 1조5100억 원)로 탕감한다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올해 9월 서울에서 열리는 한-러 경제장관 회담에서 채무 상환 문제가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경제 지표
구 분1999년 2003년2005년2006년 5월
GDP 성장률(%)27.36.45.5
외환 보유(억 달러)15076918222430
국가 채무(억 달러)1545119710761000 미만
자료: 세계은행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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