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인터넷 통제’ 중국 닮아가나

  • 입력 2006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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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부가 18일 자국의 인권상황과 카스트 제도를 비판해 온 인터넷 사이트에 전격적으로 접속 차단 명령을 내렸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둘러싼 국제적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시점이라 인도 정부의 웹사이트 접근 차단 결정은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친디아(중국+인도)의 사상 통제’에 대한 우려인 셈이다.

인도 정보기술부는 자국 내 153개 인터넷 서비스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하고 18개 인터넷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라는 연방정부 특별명령을 발동했다. 접속이 차단된 사이트는 주로 인도 인권과 카스트 제도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곳. 그중에는 ‘구글 블로그스폿’ ‘야후 지오시티스’ 등 대형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블로그 도메인도 포함돼 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이번 접속 차단 결정은 일부 반체제적 내용의 블로그를 타깃으로 삼고 있지만 개별 블로그 차단 기술이 부족한 인도 정부가 아예 블로그 접속 사이트를 폐쇄하게 된 것. 인도 정부는 11일 뭄바이 테러사태 이후 자국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전면 조사를 실시했다.

푸네트 티와리 인도 인터넷서비스협회 회장은 “과거 정부가 인터넷 접속을 차단한 바 있지만 모두 포르노 사이트였다”면서 “반국가 활동을 이유로 사이트 접근을 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는 2003년 △국가안보 저해 △공공질서 파괴 등 인터넷 접속 차단을 허용하는 4개 조건을 공고한 바 있다.

인도 인터넷 사용자와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인도가 중국과 같은 ‘인터넷 검열국 클럽’에 속하게 됐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인터넷 사용자들은 접속 차단 철회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정보기술부에 제출하는 등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이번 결정으로 블로그 서비스가 차단된 거대 인터넷 포털들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인터넷 기업들은 올해 초부터 중국 정부의 검열 요청을 받아들여 일부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거나 검색 내용을 바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유럽 인터넷 사용자들은 국제사면위원회(AI)와 손잡고 구글,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상대로 중국에서 인터넷 접속이 금지되는 단어 목록을 공개하라는 e메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케이트 앨런 AI 유럽담당 국장은 “인도가 중국과 경제발전 경쟁을 벌이면서 반정부 의견의 통로까지 막아버린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인도 정부가 인터넷 접속 차단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e메일 캠페인을 인도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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