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무기 쏟아내던 공장이 현대예술 창조의 공간으로

  • 입력 2006년 4월 28일 03시 01분


코멘트
군수공장 분위기가 남아 있는 다산쯔 예술구에선 수준 높은 중국의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다산쯔의 한 화랑에 전시된 설치미술 작품.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군수공장 분위기가 남아 있는 다산쯔 예술구에선 수준 높은 중국의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다산쯔의 한 화랑에 전시된 설치미술 작품.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중국의 개혁개방 이전 군수공장 밀집지역이던 베이징(北京)의 다산쯔(大山子) 798번지. 공장이 도산하면서 폐허가 됐던 이곳은 화랑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중국 예술문화의 산실(産室)’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지난해 이 지역을 ‘예술특구’로 지정하면서 세계 각국의 화가와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군수공장이 세계적인 예술 명소로=27일 오후 다산쯔 예술구의 대표적인 화랑 ‘798 스페이스(時態空間)’. 이곳이 예전에 첨단무기를 만들어내던 군수공장이라는 점은 작업장에 남아 있는 드릴과 선반에서 엿볼 수 있다.

천장엔 ‘마오쩌둥 주석은 우리 심중의 붉은 태양(毛澤東主席, 我們心中的紅太陽), 마오 주석 만세 만만세(毛主席 萬歲 萬萬歲)’라는 선전문구가 선명하다.

1950년대 초 설립된 이 일대의 군수공장은 1990년대 들어 경쟁력 저하로 모두 도산했다. 동서 1000m, 남북 700m 규모인 이 지역에 입주한 화랑은 100여 곳. 화가의 작업실도 100여 곳에 이른다. 2002년부터 한두 곳씩 문을 열더니 임대료가 싸다는 소문이 돌면서 갑자기 늘어 중국 최대의 예술지역으로 바뀌었다.

‘교류공간 이음’ 등 한국의 화랑을 비롯해 대만 일본 이탈리아 등 20여 개 국가의 화랑들이 이곳으로 진출해 국제적인 면모도 갖췄다.

▽관람객은 하루 수천 명=“잡지에서 소개 기사를 보고 왔죠.” 21일 바이녠인샹(百年印象) 화랑에서 만난 미국인 마조리 울프(63·여) 씨는 “뉴욕에서도 이곳은 잘 알려진 예술 명소”라고 강조했다.

다산쯔를 찾는 하루 수천 명의 관람객 중 60%는 외국인이다. 한국 일본은 물론 미국 영국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다.

“버려진 작업장 같은 이곳에 이렇게 멋진 그림이 걸려 있다니…. 너무 묘한 느낌이에요.”

네덜란드에서 온 부스(24) 씨는 “뭔가 형용할 수 없는 신기한 매력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개혁개방 이후 선을 보인 중국 현대 그림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죽의 장막’ 시절의 공장 건물이 되레 관람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야말로 ‘역설의 현장’인 셈이다.

▽29일 국제예술축제 개막=다산쯔 예술특구는 29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다산쯔 국제 아트 페스티벌’을 연다.

‘베이징 배경’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엔 세계 10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그림과 조각 등 다양한 형식의 전시뿐 아니라 연극 영화 퍼포먼스 등 자유로운 형식의 예술작품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운수 좋은 날’ ‘낙원’ 등 한국의 독립영화도 상영된다. 8일부터 ‘교류공간 이음’이 열고 있는 한중 화가 교류전은 다음 달 7일까지 계속된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