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의 압박 “美 쌍둥이적자 해법은 아시아 통화절상”

  • 입력 2006년 4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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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가들이 환율을 유연화해야 한다.” 2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선진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담은 매우 강하고 직접적인 톤으로 특정 국가들을 지목했다. 이를 보면서 1985년을 떠올리는 경제 전문가가 많았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와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환율 조정 압력을 넣는 모습이 당시와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 1985년 vs 2006년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미국 일본 서독 프랑스 영국 등 G5 재무장관이 달러화 평가절하에 협조하기로 합의했다. 이른바 ‘플라자 합의’다.

당시와 현재는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미국이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라는 ‘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

지난해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6%가 넘는 무역적자를 보였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과 이라크 전쟁비용 지출로 재정적자도 누적되고 있다.

1985년에도 미국은 제조업 경쟁력 약화로 심각한 무역적자에 시달리면서 감세와 군사비 지출 확대로 재정적자가 심각했다.

당시 미국의 국제경제연구소(IIE)는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을 언급하며 국제공조를 주장해 플라자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공교롭게 이 연구소는 지난해 12월 세계 각국과 미국의 고통 분담이 함께 이뤄져야 세계경제 불균형이 해소된다며 다른 국가들이 자국 통화를 절상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 정해진 수순인가

G7 성명이 나오기 직전인 19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경제 전망’을 발표했다.

IMF는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아시아 일부 국가와 석유 생산국들이 자국 화폐가 절상되는 방향으로 환율을 재조정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입김이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IMF가 사실상 ‘제2의 플라자 합의’를 권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해진 수순’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미국이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쌍둥이 적자’ 문제가 미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부시 행정부가 ‘제2의 플라자 합의’를 이슈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당장 타결은 어려울 듯

제2의 플라자 합의가 이뤄져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직은 그 정도는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플라자 합의 당시에는 경제시스템이나 경제력 수준이 비슷한 국가들끼리의 무역 불균형 문제였지만 지금은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다룰 국제협의체도 없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최근 아시아 국가 간 플라자 합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각국이 처한 환경이 너무 달라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외환시장은 이런 이슈가 나올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제2의 플라자 합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플라자 합의란: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선진5개국(G5) 재무장관이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하며 이것이 순조롭지 못할 때는 정부가 개입해 목적을 달성한다”고 합의했다. 미국이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주요국에 영향력을 행사해 인위적으로 달러화 약세를 유도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당시와 최근 상황 비교
비고1985년2005년
유사점‘쌍둥이 적자’ (GDP 대비 비중)경상 2.8%, 재정 5.1%경상 6.4%, 재정 2.6%
달러화에 대한 불신매우 강함다소 강함
보호무역주의 성향강화강화
차이점유럽과 일본의 경제여건안정 성장저성장
미국 무역적자 편중 지역일본 독일중국 일본 한국 대만
세계 민간자본의 영향력강함매우 강함
자료: 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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