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미국 유학을 놓고 한번쯤 고민해 봤음 직한 화두들이다. 그런 미국의 공립학교 평균 자퇴율이 30%에 이른다면?
시사주간지 타임은 9일 “미국 공립고교 입학생의 30%가 졸업을 못하고 중도에 탈락한다”는 장문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 제목도 ‘자퇴 공화국(Dropout Nation)’으로 붙였다.
▽자퇴율 30%=타임은 인디애나 주의 최대도시 인디애나폴리스 교외의 셸비빌 고교를 현장 취재했다. 이곳은 큰 부자도 없지만 극빈층도 거의 없는 평범한 농촌지역 학교. 이 학교에는 2002년 315명이 입학했지만 졸업반인 4학년(미국은 중학교 2년, 고교 4년제)에는 215명만 남아 있다. 무려 31.3%가 중도 탈락한 것.
이 수치는 미국 교육부가 가장 최근 자료라며 지난해 발표한 2002년 자퇴율 10.5%와는 큰 차이가 있다. 잡지는 “연방정부의 통계가 엉터리”라고 썼다. 실제 이 고교는 몇 년 동안 지역 교육청으로부터 ‘졸업률이 98%인 학교’로 평가받던 곳이다.
통계오류의 이유는 당국의 얼토당토않은 낙관론 때문이다. 중퇴생이 ‘나중에 GED(고교 졸업학력 인정 검정고시에 해당)를 볼 계획’이라고 말하면 졸업예정자로 분류됐던 탓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빌 게이츠 회장이 세운 빌 게이츠 재단이 지난달 초 발표한 44쪽 분량의 보고서 ‘소리 없는 전염(Silent Epidemic)’에는 현실에 가까운 수치가 담겨 있다. ‘공립 고교생 3분의 1이 학교를 떠난다’는 것이 조사결과였다.
게이츠 회장은 지난해 미국 50개 주의 주지사들이 공동 주최한 한 행사에 초대돼 “망가진 미국 공교육을 살리지 않고, 많은 고교생이 외면하는 수학 및 과학교육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중국과 인도를 상대하기 어렵다”고 연설했다.
또 하버드대 ‘시민권리 프로젝트’가 2005년 펴낸 보고서는 한국 교민이 다수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의 고교에서는 45%만 졸업한다는 충격적 내용을 담고 있다. 백인과 아시아계는 평균을 많이 웃돈다는 해설이 붙어 있다고 LA타임스는 최근 보도했다.
교육부 공식자료는 인종별로 자퇴율의 차이가 크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자퇴율은 아시아계가 3.9%로 가장 낮았고 백인(6.5%) 흑인(11.3%) 히스패닉(25.7%) 순이었다.
하지만 요즘 고교 중퇴자들은 제조업의 부재로 위기를 맞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가 돼야 하지만, 불법 또는 합법 이민자와 함께 일자리를 나누거나 경쟁해야 할 처지다. 고교 중퇴자들은 “친구 대부분이 접시닦이 세차 청소 일을 하면서 지낸다. 우리들이 기대했던 멋진 세상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빌 게이츠 재단의 보고서는 고교 중퇴자의 평균급여가 졸업자보다 연평균 9200달러(약 900만 원) 적다고 밝혔다. 미 전역 교도소 수감자들의 67%가 고교 중퇴자인 것으로 추정되며, 2002년 노스이스턴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16∼24세의 중퇴자 가운데 거의 절반은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누가, 왜 학교를 등지나=‘소리 없는 전염’ 보고서는 꼭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학교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는 면담 기록을 제시했다. 3분의 1은 ‘학교 공부를 못 따라갔다’고 답했지만, 60%는 평균 C학점 또는 그 이상을 받았던 것이다.
실제 자퇴 사유로는 재미없는 수업, 학교에 흥미를 잃은 친구 사귀기 등이 주요 이유였다.
또 이 보고서는 중퇴자의 80%가 “학교를 떠난 것은 잘못이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고교과정을 이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학력저하 및 자퇴생 증가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낙제학생방지법을 도입했다. 2002년 발효된 이 법은 2014년까지 모든 학생의 읽기와 수학능력을 일정 수준에 오를 수 있도록 학교에 요구하고 있다.
타임은 “자퇴생 이외에 밀려난 낙오자(pushout), 다니는 시늉만 하는 학교 내 낙오자(holdout)들도 있다”며 “학교가 자퇴를 심각하게 여기고 학생들에게 동기 부여를 해 주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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