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2. 또 다른 단둥의 고급 중국식당. 북한 출신 화교, 즉 조교(朝僑)인 모 업체 사장이 일본에서 온 사업가에게 북한을 자주 드나든 경험을 얘기하며 단둥과 신의주의 투자 여건에 대해 설명했다. 이 사업가는 저장(浙江) 성 등 중국 각 지역의 기업인들이 북한 투자에 관심이 많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이들을 소개하고 통역을 맡은 사람은 중국 남부 지역 출신의 한족 사업가였다. 이 자리에는 이 업체의 한족 임원, 옌볜(延邊)과 단둥 지역 출신 조선족도 한 명씩 참석했다. 기자도 우연히 자리를 함께했다.
위 두 장면은 접경지역 단둥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단둥은 외견상으로는 다른 중국의 중소 도시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지만 바로 강 건너에 신의주를 둔 ‘접경도시’인 데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출신 성분이 다르다 보니 서로 경계하고 언행을 조심하기도 한다. 한 한국인 호텔 사장은 호텔을 인수할 때 도청장치가 되어 있는지를 검사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단둥의 모습은 칙칙한 회색이다. 탈북자들이 넘어와 숨어 머물고 있는 곳, 또는 인도적 대북 지원 물자를 실은 트럭이 줄지어 압록강철교를 건너가는 곳.
이런 단둥이 변하고 있다. 북한이 중국의 개혁 개방 노선을 따라 배워 신의주를 개방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단둥은 신의주의 배후 도시로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과거에 중국의 선전(深(수,천))이 개방될 때 홍콩이 맡았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중국 중앙 정부와 랴오닝(遼寧) 성 정부도 단둥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단둥 개발과 신의주 개방은 한반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단둥을 다시 주시할 때다.―단둥에서
구자룡 기획특집부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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