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윌리엄 파프]美 NSS는 세계에 대한 모독

  • 입력 2006년 3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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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16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보고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지적 빈곤이다.

전체적으로 비논리적이고 상투적이며 편견에 사로잡힌 문구들로 가득한 보고서를 살펴보노라면 작업을 주도한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 팀이 의회에 대한 멸시를 담아 진부한 관료주의적 문구들을 꿰맞춘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차라리 미국 기업연구소(AEI)나 보수적 싱크탱크에 보고서 작성을 의뢰했다면 최소한 논리만큼은 정연했을 것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목표는 이란에 대한 위협을 심화시킨 것이다. 이 보고서를 통해 추론할 수 있는 유일한 ‘전략’은 부시 행정부가 세계를 지배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이 보고서는 다른 국가들에 대한 무례함과 비현실적인 부조리로 가득 차 있다.

외국 지도자들의 반응은 둘로 나뉠 것이다. 절반은 반신반의하고 나머지 절반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에 헛되게 쏟아 부은 3년을 기억하며 이란에도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상상해 볼 것이다.

NSS는 1986년부터 미 의회의 요구에 따라 정례화됐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이 선제공격을 안보정책으로 채택한 뒤 이라크를 공격했던 2003년 이후 처음 나왔다. 이 보고서는 선제공격 정책을 되풀이하고 있으며, 미국이 냉전시대와 견줄 수 있는 ‘멀고 긴 싸움의 문턱에 서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혹자는 “그럼 보고서 작성자들은 이란과 대치하는 50여 년간의 싸움을 예언한 것인가”라고 물을 것이다. 또는 이라크 사막의 알 자르카위나 파키스탄 서북부 동굴 속의 오사마 빈 라덴과의 싸움? 아니면 유럽 빈민굴에서 사는 광신적인 젊은 이슬람교도들과의 충돌? 분명한 사실은 위대한 미합중국은 향후 50년 동안 진행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는 점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대변인을 지냈던 해들리 보좌관이 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동안 라이스 장관은 ‘전략적 동맹관계’를 확대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이었다. 이보다 며칠 앞서 라이스 장관과 부시 대통령은 같은 목적으로 인도를 방문했다. 이들은 인도에 미국의 핵 협력국가로서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권한을 수여하는 ‘역사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몇 주 안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그동안 연기됐던 부시 대통령과의 회동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 어쩌면 후 주석은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제안받을 수도 있다. 만약 올해 NSS보고서에 언급된 대로 중국이 ‘낡은 사고와 행동을 포기하고 자국 주민들을 위해 옳은 전략적 선택’을 할 경우 말이다.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장관은 중국에 대한 억제 수단으로 아시아 역학 균형을 조종해 왔다. 해들리 보좌관과 그의 동료들은 이라크전이 “폭군들에게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면 스스로 손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 가치 있는 노력”이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오늘날 미국에 이란보다 더 위험한 도전 국가는 없으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우리는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적이 언제 어디를 공격한다는 것을 알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NSS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제하고 있는 북한이 있다. 북한은 단순히 “주민의 자유를 심각하게 유린”하고 있는 국가로 규정돼 있다. 그리고 미국은 “북한의 악한 행동으로 초래되는 악영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선제공격론이 북한과는 연계되지 않았음을 당연히 주목할 것이다.

윌리엄 파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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