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in Korea]“한국계 혼혈인 당당한 미국시민돼야”

  • 입력 2006년 1월 27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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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한국 혼혈인, 그들은 미국의 자녀들이자 한국의 자녀들입니다. 한국인들도 관심을 가져 주세요.” 한국인 여성과 미국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에게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자고 법안까지 준비한 레인 에번스(55·민주당·일리노이·사진) 미국 하원의원이 22일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2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이패밀리(www.HiFamily.net) 본부 사무실에서 함께 법안을 준비해 온 재미교포 전종준(全鍾俊·48) 변호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관심을 거듭 촉구했다. 하이패밀리(대표 송길원)는 혼혈인 차별 개선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단체. 7년 전부터 파킨슨병을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에번스 의원이 한국행을 무리하게 강행한 이유는 그가 상정한 ‘2005 미국계 아시아인 시민권 부여법안(Citizenship for Amerasian Act 2005)’에 대한 한국 정부와 국민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에번스 의원이 지난해 2월 상정한 법안은 한국,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 5개국 여성과 미국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중 미국 영주권을 가진 사람에게는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자는 게 골자. 2004년 4월에도 같은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같은 법안을 2번씩 상정한 이유에 대해 그는 “미국은 그들을 도와줘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인 아버지를 둔 사람이라면 당연히 미국 시민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고, 미국은 그들을 미국 시민으로 받아들이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조지타운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에번스 의원은 1998년 전 변호사를 통해 미국계 아시아 혼혈인들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듣고 ‘미국의 책임’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또 “1982년 제정된 미국 혼혈인 이민법에 따라 우선 1950년 12월 31일부터 1982년 10월 22일 사이 태어나 이미 영주권을 얻은 혼혈인에게만 시민권을 주는 법안을 상정했지만 앞으로 모든 미국계 아시아 혼혈인들이 시민권을 가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번스 의원은 그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2000년 이후 해마다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해 왔다. 그는 25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을 다녀왔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일본 정부가 한국 여성들을 성노예로 착취해 그들의 몸과 인권을 짓밟았다면 당연히 사과하고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미국 하원의원이기에 앞서 건전한 상식을 가진 세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번스 의원은 한국인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 공로로 26일 고신대가 수여하는 명예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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