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딸 블로그 엿보는중” 美 ‘빅 머더’ 사생활침해 논란

  • 입력 2005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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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당신의 블로그를 훔쳐보고 있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장으로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블로그에 감시자가 나타났다. 감시자는 바로 학부모들.

최근 미국에서 자녀들의 블로그 내용을 감시하는 30, 40대 부모가 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윤리적 논란을 낳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 보도했다.

미국 미디어 연구단체인 퓨 연구소가 12∼17세 자녀를 둔 학부모 11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분의 2가 자녀의 허락 없이 블로그에 접속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12∼17세 청소년이 약 400만 명으로 추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260만∼270만 명의 학부모가 자녀의 블로그 내용을 몰래 엿보고 있는 셈.

국가의 국민 사생활 통제를 뜻하는 ‘빅 브러더’라는 단어에 빗대서 자녀의 블로그를 훔쳐보고 감시하는 부모를 가리키는 ‘빅 머더(Big Mother)’ ‘빅 파더(Big Father)’라는 신종 용어까지 생겨났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자녀 블로그 감시에 대해 사적인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개인 공간’으로서의 블로그의 고유 기능이 상실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블로그가 ‘폐쇄된 공간’이 아닌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의 장’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고등학생 딸을 둔 45세의 한 학부모는 “딸의 일기는 ‘사적 영역’이지만 블로그는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인터넷에 올리는 ‘열린 공간’ 아니냐”면서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부모에게도 자녀의 블로그를 접속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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