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소요 첫 사망자 생긴 스탱지역 분노… 침통…

  • 입력 2005년 11월 9일 03시 04분


코멘트
“이렇게 평화로운 곳에서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나야 하는지….”

주민들 모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었다. 살인은커녕 그 흔한 폭력 사건도 드물던 도시였다. 수십 년째 살고 있는 주민들도 “이런 일을 겪기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프랑스 파리에서 샤를 드골 공항으로 향하는 A1 고속도로로 접어든 뒤 10분이면 도착하는 스탱. 인구 3만8000명이 사는 작은 도시다. 이곳에서 이번 소요 사태로 인한 첫 희생자가 나왔다.

고인이 된 장자크 르 세나데크(61) 씨는 4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장피에르 모로(58) 씨와 아파트 단지 쓰레기 집하장 앞에서 얘기를 나누다 청년들에게 맞아 7일 결국 숨을 거뒀다.

이날 오후 7시경 세나데크 씨가 숨진 대로변에서 추모식이 열렸다. 백인, 흑인, 아랍계 등 다양한 인종의 주민 300여 명이 모여들었다. ‘다같이 폭력을 거부합시다’라는 스티커를 가슴에, 이마에 붙인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목에 깁스를 한 모로 씨는 세나데크 씨가 넘어진 곳에 꽃다발을 놓으며 참았던 울음을 토해냈다. 그는 옆에 있던 젊은 여성을 끌어안으며 취재진을 향해 외쳤다.

“이 사람도 북아프리카 출신입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얼마나 친하게 지내는지 아십니까.”

참석자들은 각자 준비해 온 꽃을 ‘근조’ 현수막이 내걸린 추모의 장소에 놓았다.

백인 여성 에셴 에디트 씨는 “여긴 다양한 국가 출신의 주민들이 오순도순 잘 어울려 지내온 도시”라고 설명했다. 소요가 극심했던 센생드니 지역인데도 불에 탄 차량이 8대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이 말을 뒷받침해 준다.

흑인 여성 조제트 에뒤아르 씨는 “청년들의 고통은 잘 알지만 ‘분노’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고 토로했다.

한편 프랑스 정부는 8일 지방자치 당국이 필요하다고 여길 경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통행금지를 실시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이에 앞서 7일 랭시 시장은 “정부의 결정을 기다릴 수 없다”며 통행금지를 시행했다.

7일에는 지난달 27일 사망한 청소년들과 함께 감전된 뒤 회복한 한 10대가 “폭력은 좋지 않다. 그런다고 친구들이 살아 돌아오지는 않는다”며 소요 자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밤 스트라스부르에서는 독일 TV 취재진이, 클리시에서는 이탈리아 기자들이 청년들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스탱=금동근 특파원gold@donga.com


▼주한 佛대사 “琴특파원 폭행 깊은 유감”▼

10월 6일 한국에 부임한 필리프 티에보(사진) 주한 프랑스대사가 8일 부임 인사차 동아일보사를 방문했다.

티에보 대사는 김학준(金學俊) 동아일보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6일 본보 금동근(琴東根) 파리특파원이 파리 외곽 소요 사태 취재 중 북아프리카계 청년들에게 폭행당한 사건과 관련해 “금 특파원이 부상한 데 대해 본인과 가족들, 동료 기자들과 독자들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며 “정상적인 취재 활동에는 지장이 없다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