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권리 존중’으로 막내리는 ‘샤이보 논란’

  • 입력 2005년 3월 30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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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급식 튜브를 제거하면서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식물인간 테리 샤이보(41·여) 씨’ 논쟁이 ‘죽을 권리의 존중’이라는 결론과 함께 막을 내리고 있다. 1998년 이후 7개 법원에서 모두 19명의 판사가 심리를 맡은 이 사건은 대통령과 의회까지 사법부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숱한 논란과 파장을 낳았다.》

▽의외의 파장=‘생명 정치(Life Politics)’라는 말까지 만들어낸 ‘샤이보 논쟁’이 사형제 및 낙태에 대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간격을 좁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사형제에 대해 국가공인 살인행위라며 반대하면서도 “배아는 아직 사람이 아니다”라며 낙태는 찬성해 왔다. 공화당은 정반대였다.

그러나 상원 공화당 내 서열 3위인 릭 샌토럼 의원은 “사형제도(찬성)에 대한 내 생각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이 30일 보도했다.

민주당 지도위원회 간부인 마셜 위트먼 씨는 “생명을 살리는 정부의 적극적 역할에 공감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샤이보 효과’는 의료비 예산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진보그룹은 공화당이 예산 절감을 이유로 향후 의료비 예산을 150억 달러(약 15조 원)나 삭감한 것은 위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상원 예산위원회 대변인은 “정부재정이라는 냉정한 사안을 감정적으로 끌어가선 곤란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싸늘해진 여론=논쟁의 초점이 옮겨가면서 TV 뉴스를 점령하다시피 했던 샤이보 씨 사건에 대한 여론도 점차 식어가고 있다.

여론은 “1명의 생명을 살리자고 대통령까지 개입하는 상황은 해도 너무한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28일자 시사주간 타임은 “여론조사 응답자의 59%가 급식 튜브를 제거해야 한다고 대답했다”고 보도했다. 정치권도 손을 떼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주지사 시절 “소생 가능성이 없다면 가족의 반대가 있어도 안락사가 가능하다”는 법에 서명했다는 사실이 공개돼 정치권의 위선이 드러나기도 했다.

사실 이번 논쟁은 동일한 법원 결정이 내려진 2003, 2004년에도 불거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갑자기 전국적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은 지난해 선거 때 확인된 미국민의 보수주의 성향과 무관치 않다.

복음주의 기독교 단체를 등에 업은 공화당이 정치적 쟁점화를 시도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타임스는 이번 논란을 “존재(생명) 그 자체는 결코 파괴될 수 없는 것”이라고 설파한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와 “깨어 있는 이성의 부재는 진정한 삶이라 할 수 없다”는 가르침을 남긴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의 싸움에 비교하기도 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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