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노예제 아직 살아있다

  • 입력 2005년 3월 14일 1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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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서쪽 모리타니에 사는 16세 소녀 스카이라는 하루 종일 족쇄가 채워져 있다. 그가 족쇄에서 벗어나는 시간은 일할 때뿐. 5년 전 노예로 팔려와 뼈 빠지게 일했건만 주인에게서 거의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고향 집에 전화 걸 돈을 마련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 모리타니에는 스카이라처럼 육체적, 정신적, 성적 착취 대상으로 전락한 노예가 전체 인구의 14%에 달하는 40만 명에 이르지만 정부는 공식적으로 노예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공식적으로는 폐지, 그러나 존속=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 최근호(14일자)는 오래전 사라진 노예제도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아직 번성하고 있는 실태를 보도했다.

국제 인권단체인 ‘반노예국제기구(ASI)’에 따르면 아프리카 53개국 중 노예제가 남아 있는 나라는 20여 개. 특히 사하라 사막의 빈국인 나이지리아, 수단, 모리타니, 베냉, 말리 등이 대표적인 노예제 존속 국가다. 이 나라들이 국제 인권단체의 조사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노예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모리타니에 40만여 명, 수단에 30만여 명, 나이지리아에 10만여 명의 노예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국가들은 20세기 후반 식민지 지배에서 해방되면서 노예 소유에 따른 법적, 경제적 제재가 전혀 없기 때문에 노예제가 암암리에 번성하고 있다.

▽노예제를 부추기는 전쟁과 빈곤=이 지역에서 노예가 번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유는 전쟁과 빈곤. 아프리카에서 국가 간 전쟁이나 내전에서 포로로 잡힌 주민들은 대부분 노예로 전락한다. 지난해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아프리카에서 빈곤으로 인해 노예로 팔려 나가는 아동이 매년 50여만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최근 나이지리아 등 일부 국가들은 국제사회의 압력에 밀려 노예 소유주에 대해 최대 30년 징역에 처하고 벌금을 물리는 등 제재를 강화했다. 그러나 노예주들의 강력한 반발과 대외 이미지 추락을 우려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 때문에 노예해방 조치는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노예해방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유엔은 지난해를 ‘국제 노예제 폐지의 해’로 정하고 아프리카 국가들에 노예해방을 촉구했다.

일부 국제 인권단체들은 아프리카 노예 소유주에게 노예 한 명당 35∼75달러의 비용을 지불하고 노예를 해방시키는 방법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프리카에서 노예제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빈곤과 내전 문제에 먼저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SOS슬레이브스’의 부바카 메사우드 회장은 “국제사회가 아프리카 정부와 노예 소유주들에게 노예해방을 설득하는 방식은 거의 효과가 없다”면서 “평화유지 인력 파견과 식량지원 등 근본적인 해결책에 눈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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