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시장 ‘빅5’ 아성 흔들…산유국 국영업체들 급성장

  • 입력 2005년 1월 13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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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러시아의 최대 민간 석유회사인 유코스가 러시아 정부의 수중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서방 석유 메이저업체들은 위기감을 느꼈다.메이저의 영향력이 갈수록 줄어드는 데다 중국 러시아 인도 및 중동의 국영업체들이 똘똘 뭉쳐 기존 메이저를 ‘왕따’시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 세계 석유시장을 지배해온 석유 메이저들이 신흥 강자로 떠오른 중국 러시아 인도의 국영업체들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석유 메이저의 힘=메이저의 위력은 막강하다. 막대한 자본과 첨단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유 개발에서부터 수송, 정제, 판매망에 이르는 석유산업의 전 부문을 좌우한다.

미국 메이저업체의 로비력은 세계 에너지 정책의 흐름을 바꿀 정도이다. 석유 메이저를 두고 ‘워싱턴에서 나일 강까지 지배하는 공룡’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 후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자원 민족주의 성향이 나타나자 위기를 느낀 메이저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고 애써 왔다.

엑손과 모빌, 셰브론과 텍사코가 각각 합병해 현재는 엑손모빌, 로열더치셸, BP, 셰브론텍사코, 토탈이 ‘빅5’를 형성했다. 이들 ‘빅5’의 하루 원유 정제량은 1000만 배럴이 넘는다.

▽바뀌는 판도=산유국 국영업체들이 메이저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진 것은 ‘고유가’의 영향이 적지 않다. 고유가로 석유판매 수익이 크게 늘자 국영업체들은 지금까지 메이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원유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중국 러시아 인도는 정부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국영업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고유가로 국영 석유업체의 재무구조가 좋아지자 이를 바탕으로 채권 발행을 늘리면서 유전 개발과 유통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산유국 국영업체들은 기존 메이저들을 따돌리는 데서 더 나아가 자신들만의 네트워크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최근 멕시코 만 심해 유전 개발에 기존 메이저의 참여가 배제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치열한 파워게임=중국 3위 석유업체인 국영중국해양석유(CNOOC)는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큰 미국 9위 에너지회사 우노컬을 13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중국석유천연가스총공사(CNPC)는 2000년 이후 해외 유전 개발에만 무려 400억 달러 이상을 쏟아 붓고 있다.

인도 국영업체도 이란의 3개 유전 개발 계약을 따내는 등 중국 러시아 인도는 석유시장에서 확실한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국영 석유업체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유전 개발 협상에서 갈수록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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