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세계는…]<4>러시아…에너지 국가독점 체제

  • 입력 2005년 1월 6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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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신년 휴가를 보내고 11일경 크렘린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주요 정책 방향을 밝히는 연두교서는 5월에나 나오는 것이 관례.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3일 내외신 합동 기자회견과 새해 첫날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신년 구상을 이미 밝혔다. 그는 2000년 집권 후 크게 개선된 경제상황에 고무돼 “러시아의 경제적 군사적 잠재력이 크게 강화됐다”고 자찬했다.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60주년이라는 의미도 각별하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올해부터 주지사까지 직접 임명하도록 법을 고치는 등 권력을 계속 강화해 독재로 회귀한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그 역작용과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의 여파로 올해는 러시아에도 민주화 바람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를 둘러싼 대외 환경도 그리 낙관적이라고 할 수 없다.》

▽경제호황 계속될까=세계 2위의 석유수출국인 러시아의 지난해 경제성적표는 화려했다.

고유가 덕분에 6.8%의 경제성장(추정)을 이뤄 1인당 국민소득이 4000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800억 달러에 가까운 무역수지 흑자로 외환보유액은 1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옛 소련 시절을 포함해 사상 최고 수준이다.

1998년 외환 부족으로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 선언까지 했던 러시아는 이제 이론상으로는 당장이라도 모든 외채를 갚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석유 수출에만 의존하는 경제는 불안하다. 올해 유가는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더욱이 최근 크렘린이 에너지 산업을 직접 통제하기 위해 민간 석유회사인 유코스를 강제로 해체하고 초대형 국영 에너지독점 기업을 만들면서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는 크게 떨어졌다.

시장경제 원칙을 무시하고 옛 소련식 국가주도 경제체제로 돌아가려 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 자본의 투자는 위축될 전망이다.

▽시험대 오른 실용외교=푸틴 정부는 경제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미국 등 서방과의 갈등을 피하는 실용주의 외교를 펴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러시아의 인내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루지야에 이어 우크라이나에까지 친 서방 정권이 들어서면서 ‘미국의 압박과 포위를 더 이상 참을 수만은 없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기 때문. 체첸 사태와 러시아 민주화에 대한 미국의 간섭도 거슬린다. 푸틴 대통령은 “국내 문제에 대한 미국의 비판은 무시하겠다”고 불만을 나타낸 바 있다.

따라서 미국에 맞서기 위해 중국, 인도와의 3각 동맹을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종전 60주년이 되지만 아직 평화협정을 맺지 못한 일본과의 관계 개선도 쉽지 않다.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쿠릴열도 4개 섬 중 2개를 반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일본은 4개 모두 반환해 줄 것을 고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상반기 푸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러-일 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하겠다는 구상이 무너진 것은 물론이고 방일 일정 자체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푸틴 대통령은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에 대한 답례이며 2001년 2월 이후 4년여 만의 한국 방문이다. 한국 방문 길에는 북한에 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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