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경제전망]내수침체… 통상압력… 그래도 희망은 있다

  • 입력 2004년 12월 31일 17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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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 내수경기는 침체의 늪에 빠진 지 오래고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수출 증가세마저 둔화되고 있다. 환율과 정부의 리더십도 경제 회생의 변수가 됐다. 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등 민간 경제연구소 3곳에 내년 국내외 경제를 전망할 수 있는 키워드 5개씩을 물어보았다. 중복 응답이 많고 우선순위가 높은 순서로 키워드를 선정해 소개한다.》

▼국내▼

▽내수 부진…고용-부동산침체로 더딘 회복세▽

올해 경제를 읽는 제1의 키워드는 ‘내수’. LG경제연구원은 내수경기가 작년보다 조금 회복되겠지만 경제성장률에 비해서는 크게 낮으며 회복속도도 저조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도 가계부채의 구조조정이 지속되고 고용시장의 개선이 미흡해 크게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했다. 설비투자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경제성장률 수준의 증가율을 보이고 건설투자는 부동산경기 침체 때문에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수출 둔화…中성장 둔화로 수출 증가세 주춤▽

수출은 지난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다. 올해에는 수출증가세가 둔화돼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게 연구소들의 공통된 전망. 현대경제연구원은 △세계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유가와 환율이 불안하며 △주력 수출품인 정보기술(IT)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이 밖에 LG경제연구원은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여 수출물량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 상승…원-달러 환율 연평균 1020원대▽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의 재정 및 경상수지 적자 확대에 따라 미국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1020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중국의 위안화 등 동아시아 통화가치의 절상 요구가 예상보다 강화되면 1000원 미만으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도 950∼1050원에서 매우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원화 가치 상승은 국내 기업의 수출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지만 국내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정부 정책…불확실성 제거 리더십 필요▽

실효성 있는 경기활성화 정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4.0%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내놓은 현대경제연구원은 정부가 지난해와 같이 경기활성화에 대해 미약한 의지를 보이거나 대외여건의 급속한 악화로 수출경기가 급락하면 3%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LG경제연구원은 ‘확고한 정책 리더십’의 회복을 강조했다. 특히 관련 부처간 주도권 다툼 등에 따른 정책 불협화음을 제거해야 경제주체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불확실성에 따른 과도한 불안심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실업 대란…4%대 성장땐 실업난 가중 불보듯▽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실업 문제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성장률이 1%포인트 오르면 약 7만 명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성장률이 떨어지면 실업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약 40만 명에 이르는 청년실업자와 노동시장에 신규로 진입하는 사람들을 고용시장에서 흡수하려면 6%대의 성장을 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4%대 성장에 머무른다면 실업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세계▼

▽달러 약세…아시아 통화 환율인하 거센 압력▽

미국은 올해에도 인위적인 ‘약(弱)달러’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해마다 약 5500억 달러(약 578조 원)의 경상수지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달러화 가치를 낮추고, 저축률을 높이기 위해 고금리 정책을 펴는 것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 일본과 유럽이 환율 공조정책으로 미국의 약달러 정책에 대응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 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환율을 유지해 온 아시아 국가 통화에 대해 환율인하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유가 동향…산유국 불안 진정 유가 안정될듯▽

세계 경제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요 원자재 중 하나인 원유 가격은 안정세를 이룰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의 원유 수요는 급증한 반면 중동 베네수엘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정치 불안 등으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유가가 폭등했다. 올해는 이라크를 제외한 산유국의 정치 불안 문제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고 세계 경제 둔화에 따라 원유 수요도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경제…中변동환율 도입땐 한국 큰 타격▽

중국은 지난해부터 경기과열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 등 긴축정책을 펴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긴축정책이 경제의 경착륙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 등 대형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는 데다 연안과 내륙, 도시와 농촌 간의 경제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브레이크’를 세게 밟을 가능성은 적다는 것. 그러나 중국이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환율정책을 바꿀 경우 대중 수출의존도가 높은 일부 국내 기업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장 부진…선진국 경제성장률 2.5% 그칠듯▽

미국의 금리인상 및 달러화 약세, 중국 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으로 주요 선진국의 경제 성장이 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3.1%(예상치)였던 선진국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2.5%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국이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약달러, 고금리 정책을 병행하고 있지만 오히려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유럽은 유로화 강세의 여파로 경제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5년 장기불황에서 벗어난 일본은 올해 성장률이 다소 낮아질 수 있지만 과거처럼 마이너스 성장은 재연되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 개방…FTA 등 무역장벽 없애기 급물살▽

통상압력이 어느 해보다 거세질 전망이다. 각 국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을 통해 다자간 무역체제를 만들기 위한 협상을 진행한다. 또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소규모 지역 간, 국가 간의 무역장벽을 없애기 위한 논의를 진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올해 세계 주요 22개국과 FTA 체결을 위한 동시다발적 협상을 벌인다. 12월에는 홍콩에서 세계 147개국 경제장관들이 모여 시장개방 폭을 확대하기 위한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각료회의가 열린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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