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택시 운영 서영자씨 美이민수기 공모 당선

  • 입력 2004년 12월 28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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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회사 직원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도록 도와주는 것이 나의 일입니다.”

미국 이민 36년째로 샌프란시스코 인근 샌머테이오에서 콜택시회사 ‘럭소’를 운영하는 서영자 사장(63·사진)은 장학 및 사회사업재단 ‘킴 파운데이션’(이사장 김대원)이 주최한 ‘이민 수기 공모’에서 1등에 당선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1등상 상금은 5000달러(약 520만 원). 시상식은 내년 1월 21일 뉴욕에서 열린다.

서 사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15년 전 세상을 뜬 남편의 못다 이룬 꿈을 이어가기 위해 갑자기 사업에 뛰어든 150cm의 키 작은 동양 여자를 무시하지 않고 도와 준 미국인들의 친절이 오늘의 나를 있게 했다”고 회고했다.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1968년 결혼 사흘 만에 이민 길에 오른 신부에게 남편 서진 씨는 “꿈을 이룰 자신이 있으니 걱정 마라”고 했지만 품속엔 단돈 500달러뿐이었다.

친절을 무기로 주유소와 자동차정비소의 영업을 차례로 성공시킨 남편은 이민 7년 만에 조그만 택시회사 사장이 될 수 있었다.

허가를 내주려 하지 않는 시청을 설득해 영업을 시작한 남편은 운전사를 가족처럼 대하는 한국식 경영방식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얼마 후 남편은 암 판정을 받은 지 두 달 반 만에 세상을 떴다.

“남편은 ‘작은 동양 여자가 할 일이 아니니 회사를 처분하라’고 말했지만 꿈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에 내 인생을 바꿨습니다. ‘택시 레이디’가 되기로 한 거죠.”

서 사장이 운영을 맡은 직후 회사는 미국의 장기불황에 시달렸다. 30여 명의 운전사들은 동양인 여사장을 떠보려고 말썽을 부렸다. 한때 3명을 해고하는 강수를 쓰기도 했던 서 사장은 ‘직원들을 사랑으로 대하자’는 결심을 했다. 달리 길이 없었다.

이런 노력 끝에 회사는 가족 분위기로 변해 갔고 직원들은 서 사장을 ‘둘째엄마’ ‘룩소 맘(mom)’이라고 부르게 됐다. 불황인데도 낡은 택시를 새 차로 바꾸는 과감한 투자전략으로 단골을 확보한 서 사장은 이 고객들을 놓치지 않고 내수 위축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

현재 콜택시 15대를 운영하는 서 사장은 9개국 출신의 운전사 30여 명과 함께 회사 안에서 ‘작은 미국’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고생담이 이어지는 어머니의 이민 수기를 읽고 울음을 그치지 못한 딸 수원 씨(34)는 인터넷 검색업체 야후의 고문변호사로, 아들 필원 씨(33)는 미 항공우주국(NASA) 캘리포니아연구센터에서 웹 관리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서 사장은 “두 아이가 직장에서 사랑받는 것도 나로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것”이라며 웃었다.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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