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발생, 알고도 못알렸다"

  • 입력 2004년 12월 27일 14시 47분


코멘트
인도양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해일(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은 인도와 스리랑카는 지진해일 경보체계가 있었다면 수천명의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에 있는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태평양지진해일경보센터(PTWC)에서 일하는 과학자들은 인도양 해저에서 지진을 관측하고 미국 동부표준시간(EST) 기준 25일 오후8시14분(한국시간 26일 오전9시14분) 급보를 띄웠다.

'인도네시아 북 수마트라 근해에서 진도 8(현재는 9로 파악되고 있음)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화보보기 : 印尼 규모8.9 강진… 동남아 초대형 해일 재앙

찰스 맥크리 PTWC 소장은 "지진을 감지한 직후 이를 인도양 연안국가들에게 급히 알려야 했지만 이 지역의 경보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우리로선 연락할 곳이 없었다"고 26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PTWC로서는 국제해일경보체제협력그룹(ICGTWS)에 가입해있는 호주와 인도네시아에 전화로 이를 통보했으며 이어 미 해군당국, 이들 지역의 미국대사관, 미 국무부에 이를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가장 피해가 컸던 인도 스리랑카 등은 지진해일 경보시스템에 이나 파고(波高)측정기구가 없어 주민들에게 보낼 수 없었다. 특히 태국은 ICGTWS에 가입국이지만 서부연안에는 파고측정기가 없어 해일 가능성을 제때 알 수 없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인도양에 이같은 파고측정기구가 설치되지 않은 것은 이들 지역에서 해일 재앙이 일어나는 것이 700년에 한번꼴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맥크리 소장은 지적했다. 그는 "이들 지역에도 24시간 정보교류 체제와 운영 및 교육능력을 갖추려면 상당한 규모의 투자와 장기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지진정보센터(NEIC) 웨이벌리 퍼슨 지구물리학자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각국 정부는 바닷가에 사는 주민들에게 지진이 감지된 후 즉시 언덕으로 대피하도록 교육시켜야 한다"면서 "지진해일은 바닷속의 지진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20분에서 2시간의 대피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맥크리 소장도 "이번 지진후 해일이 발생할 때까지 한시간 내지 한시간 반의 시간이 있었고 바닷가에서 안전지역으로 대피하는데는 15분이면 가능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미국의 경우 지진해일 경보시스템을 두곳에서 운영중이다. 하나는 하와이의 호놀룰루에 있는 PTWC로 여기서는 위성이나 전화로 태평양의 100곳의 수위를 거의 리얼타임으로 파악하고 있다. 1968년 결성돼 현재 남북한과 미국 일본 등 태평양 연안국 26개국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ICGTWS의 지역본부 역할을 하고 있는 PTWC는 지진해일 정보를 회원국들에게 제공한다. 미국은 알래스카에서도 경보시스템을 운영한다. 경보시스템은 지진해일을 보통 3∼14시간 전에 예고할 수 있다.

1900∼2001년 태평양 지역의 지진해일은 모두 796건이 관측 또는 기록됐으며 그중 117건이 인명피해를 냈고 대규모 피해를 낸 것은 9건이었다고 PTWC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고 있다. 이들 지진해일의 발행지역은 △일본 부근이 17% △남미 15% △뉴기니 솔로몬군도 13% △인도네시아 11% △쿠릴열도 및 캄차카 10% △멕시코 및 중남미 10% △필리핀 9% △뉴질랜드 및 통가 7% △알래스카 및 북미서부해안 7% △하와이 3% 순이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