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경제대국 인도…‘제2의 중국’ vs ‘亞최다 빈민’

  • 입력 2004년 12월 10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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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중국’으로 떠오르며 무서운 속도로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인도와 손잡기 위한 아시아 각국의 구애가 뜨겁다.

지난달 29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국가들이 인도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논의한 데 이어 중국도 인도와의 장관급 정례 경제협력회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시사주간 타임은 최신호에서 “10억30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잠재적 경제대국 인도가 중국과 더불어 아시아 경제의 양대 축으로 자리 잡을 날이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

인도는 1991년 개방경제 정책을 도입한 이후 연평균 6%의 고도성장을 일궜고, 이 과정에서 많은 백만장자를 양산했다. 하지만 인도는 아시아에서 빈민이 가장 많은 국가이기도 해 ‘두 얼굴’을 갖고 있다.

▽그들만의 세계=지난해 385만 상자의 맥주를 판매한 인도 맥주회사 ‘킹피셔’의 비제이 마얄라 사장은 거의 매일 파티를 연다. 파티가 브랜드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그는 전용기인 보잉 727기를 타고 다니며 인생을 즐긴다.

타임에 따르면 마얄라 사장은 인도의 백만장자 6만1000명 중 한 명이다. 금융자산 100만 달러 이상을 가진 백만장자수는 중국(23만6000명) 러시아(8만4000명)보다 적지만 인도 최고 부자 5명의 자산(248억 달러)은 영국 5대 부자의 자산(242억 달러)보다 많다.

▽성장의 그늘=트럭 운전사 수크데브 싱 씨는 얼마 전 이라크에서 무장세력에 납치됐다가 가까스로 풀려나 고향인 인도 루디아나로 돌아왔다. 하지만 조만간 다시 이라크로 떠날 예정이다. 9명의 대가족을 먹여 살려야지만 인도에선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서다.

싱 씨의 처지는 그나마 낫다. 인도에서는 3억 명가량이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전 세계 극빈층의 4분의 1이 인도에 몰려 있는 셈이다.

유엔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와 함께 세계 최악의 영양부족 국가로 꼽힌다. 1000명당 67명의 영아가 사망한다.

‘경제 중심지’ 뭄바이에서도 2003년 3월부터 2004년 6월까지 9245명의 어린이가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산적한 과제=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6월 “빈곤층 중심의 경제개혁을 할 것”이라고 선언한 뒤 6억6000만 달러의 재정수입 감소를 무릅쓰고 석유 소비세를 낮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간접세가 전체 세수의 70%에 이르는 세금제도를 더욱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체 인구의 3%만이 소득세를 내고 있고, 대지주들은 사실상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세계은행은 올해부터 4년간 매년 30억 달러를 들여 인도 빈민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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