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중국 역사교과서 왜곡 심각"

  • 입력 2004년 12월 7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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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선되기는 했지만 중국의 고교과정 역사교과서와 역사교육 내용은 왜곡과 생략이 심한 수준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6일 상하이(上海)발 기사를 통해 지적했다.

이들 교과서들은 특히 현대사의 경우 역사적 사실들을 뒤섞어 기술해놓았으며 중국 교육전문가들 스스로도 "지나치게 선별적으로 기술해 때로는 현대사를 심각하게 왜곡된 견해를 갖게한다"고 인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중국 학생들은 중국이 자기방어를 위한 경우에만 전쟁을 했을 뿐 침략전쟁은 전혀 하지 않았다고 굳게 믿으며 고교를 졸업한다. 수나라와 당나라의 고구려 침공은 물론, 1950년 중국인민해방군의 티베트 침공이나 1979년 중국-베트남전 등에 대해서는 역사적 사실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

많은 중국인들은 중국 저항운동의 결과로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했다고 믿고 있다. 중국에서 널리 채택된 한 역사교과서는 "승리의 근본 이유는 중국 공산당이 핵심세력이 돼서 국가를 통일시켰다는 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상하이의 한 고교의 수업시간중 1930년대에 관한 토론이 벌어지자 학생들은 "세계를 점령하려는 일본을 중국이 저지했다" "전쟁은 불가피했다"는 등으로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발언했다.

역사 교과서들은 언급하기가 껄끄러운 역사적 사실은 생략하는 수법을 쓴다. 중국 공산당 창시자 마오쩌둥(毛澤東)의 대약진운동에 대해서는 상세히 다뤄지지만 이 과정에서 마오쩌둥의 재앙적 결정 때문에 3000여만명이 기근으로 숨졌다는 사실은 중국에서 누구도 배우지 못한다.

중국의 동맹국인 북한이 남한을 침략함으로써 시작된 한국전쟁이나 일본의 패전후 대만 처리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사실을 생략해버린 경우가 많다는 것. 한 교과서는 "중국의 항일전쟁이 마침내 성공했고 대만은 본토로 반환됐다"고 쓰고 있다.

첸 밍화 역사교사는 "현대사로 올수록 더 정치적이 된다"면서 "인민공화국 설립 이후의 역사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등 가장 기본적인 사실만 배우도록 하고 사건의 배경은 다루지 않는다"고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티벳 독립선언 등을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역사교육잡지 편집자인 렌 펜지에는 "그런 것들은 여전히 논란이 많은 사건이기 때문"이라며 "학생들에게는 논란이 적고 설명하기 쉬운 것들을 가르친다"고 대답했다. 객관적으로 기술하기엔 너무 최근의 사건이기 때문에 다루지 않는다는 답변도 있었다.

역사교과서들은 천안문 사태에 대해서도 거의 다루지 않고 있는데 1998년에 나온 한 교과서는 이 사건을 "부르조아적 자유주의가 만연하는 것을 막으려던 지도층의 실패"라고 설명하면서 "중앙위원회가 시의적절한 행동을 취해 평온을 되찾았다"고 막연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 교과서의 최근 개정판은 "공산당을 전복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소수의 사상"에 따라 벌어진 사태라고 여전히 모호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수백명의 사망으로 이어진 치명적 결과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역사 교과서에 대해 "문제가 여전하지만 최근 크게 개선된 것"이라며 "정부의 검열이 있지만 교과서의 선택폭이 넓어졌고 항일전쟁 중 중국국민당의 기여, 문화혁명 등 그동안 타부시됐던 주제들도 제한적이나마 다뤄지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그러나 상하이 푸단대학의 중국역사지리연구소 게 지안숑 소장은 "아주 솔직히 말해 중국에는 국민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매우 민감한 주제가 있다"고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았다.

그는 "마오쩌둥, 덩샤오핑(鄧小平), 인민해방 등이 그것들이며 중국에서 역사는 여전히 정치의 도구로 쓰이고 있고 고교교육 과정에서 이같은 지침을 따라야한다"고 덧붙였다.

고교역사 교과서를 쓴 상하이 노멀 대학의 수 제리앙 교수는 "진실을 쓰고 싶지만 현실적 접근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10년쯤 지나면 중국도 훨씬 개방적인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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