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강의 박혜진씨 “프랑스인들에 생활한국 가르쳐요”

  • 입력 2004년 10월 12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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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로 한국의 역사를 강의하는 박혜진씨는 프랑스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되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강의가 끝난 뒤에도 계속 질문을 던지는 프랑스인들을 보면 절로 흐뭇해진다. -권주훈기자
자원봉사로 한국의 역사를 강의하는 박혜진씨는 프랑스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하나씩 알게 되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강의가 끝난 뒤에도 계속 질문을 던지는 프랑스인들을 보면 절로 흐뭇해진다. -권주훈기자
“한국 돈 1만원권 지폐를 한번 봐주세요. 이분이 바로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입니다. 해시계와 물시계도 발명하셨죠. 우리 한번 따라해 볼까요. 기역 니은 디귿 리을….”

한글날 하루 전인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4동 주민자치센터 2층 강의실. 벽안(碧眼)의 프랑스인 30여명이 강사 박혜진(朴彗鎭·32·사진)씨의 입모양을 유심히 쳐다보며 한글 자모를 따라 읽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 속의 프랑스 마을’로 불리는 서래마을 주민들. 서초구에서 관내 프랑스인들을 대상으로 한달짜리 ‘한국역사 강좌’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스스로 찾아온 것이다.

유창한 프랑스어로 주한 프랑스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는 박씨 역시 반포4동 주민.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7년간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에서 생활했고 대학에서 불문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따는 등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화에 익숙한 그는 프랑스어로 강의할 자원봉사자를 찾는다는 게시물을 보고 주저하지 않고 지원했다.

“한국에 와서도 한국어를 배우려고 마음먹는 프랑스 사람들이 의외로 적습니다. 말이 안 통하니까 오래된 건물을 보면 ‘그냥 옛날 건물이네’라고 생각하며 지나갑니다. 한국 역사를 개략적이나마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는 ‘흥미 유발’에 초점을 맞춘다. 대화 소재로 훌륭한 건국신화를 비롯해 한국 화폐 속에 등장하는 역사 인물과 역사 현장을 가지고 강의를 풀어가는 식이다. 당초 서초구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맞서 외국인에게 한국 역사를 제대로 알리자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강좌를 기획했지만 박씨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관심도가 떨어지는 고구려사 문제에 집착하는 대신 프랑스인이 궁금해 하는 ‘생활 속의 역사’ 중심으로 노력하다 보면 절로 우리나라 편에 서서 역사를 보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다.

“영어로 된 한국 자료는 많은데 프랑스어 자료가 거의 없고, 관광할 때도 영어 가이드만 있지 프랑스어 가이드가 없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하는 프랑스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영어 외에도 언어의 벽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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