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하늘이 원망스러워"…물 잠긴 동남부-목타는 중서부

  • 동아일보
  • 입력 2004년 8월 5일 19시 07분



‘중국을 능가할 수 있는 나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 최신호(8월호)는 인도의 잠재력에 대해 무한하다고 평가했다.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최신호(7·8월호)도 인도가 미국 같은 ‘글로벌 파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2004년 8월 현재의 인도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재해인 홍수와 가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부는 홍수=인도 동부는 매년 6∼9월 몬순(계절풍)이 불면 홍수로 몸살을 앓는다. 올해는 이상기후로 서부와 남부까지 비 피해를 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5일 현재 홍수로 인한 사망자는 1000명을 넘어섰다. 동부의 비하르와 아삼 지역은 130만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침수된 농경지는 520만ha(약 1560만평).
남부 해안지역인 바리살과 자라카티, 파투아칼리 등지에서도 폭우로 135개 마을이 물에 잠기면서 8만여명이 고립됐다.
▽중서부는 가뭄=반면 중부 주민은 비가 오지 않아 땅이 쩍쩍 갈라지는 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인도 중부와 서부 11개주의 올해 강수량은 지난해보다 20∼59% 적다. 이 때문에 중부 도시 비다하의 콩과 면화는 절반이 말라죽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 최신호(9일자)는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22%를 차지하는 농업이 가뭄으로 엉망이 되고 있다”며 “올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2% 이상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뭄에 농사를 망친 농민들의 자살도 부쩍 늘었다. 올해 안드라프라데시주에서만 500명의 농민이 농약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도 전역에서 가뭄으로 망친 농사를 비관해 자살한 농민은 수천명이나 된다.
▽관료가 빚은 인재(人災)=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는 “인도의 물 위기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행정력 부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6세기 이후 인도는 주요 도시의 상하수도 정비에 주력한 반면 댐 건설과 농촌 관개시설 확충에는 소홀했다.
이 때문에 비다하의 경우 농토의 10%만이 관개시설로 물을 공급받을 수 있을 정도로 형편이 열악하다. 댐 건설 같은 대규모 공사는 부정부패 때문에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자이살메르 지방은 농민들이 자체적으로 관개시설을 만들어 활용했지만 10여년 전 정부가 강제로 이 지역의 물 공급을 맡으면서 만성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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