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라크 파병 흔들 때인가

  • 입력 2004년 6월 23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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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의원 50명이 이라크 추가 파병 중단 및 재검토를 위한 결의안을 어제 국회에 제출했다. 이라크 테러범들에게 무참하게 살해된 김선일씨 사건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그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

김씨의 죽음이 전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는 시점에 일부 의원들이 파병 추진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그 명분이야 어떻든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고 본다. 정부가 10개월 가까이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파병계획을 확정지은 게 지난주였다. 참혹한 비극에 맞춰 파병 중단을 요구하기에 앞서 그동안의 소모적인 논란으로 파병 일정이 늦춰진 것이 오늘의 비극을 부른 원인(遠因)이 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것이 바른 순서다.

일부 의원들 주장대로 지금 파병을 중단한다면 한국군 철수 및 추가 파병을 포기하라고 요구한 테러범들에게 한국 정부가 굴복하는 셈이 된다. 이는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을 위해 파병하겠다던 우리의 파병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격이 아닌가. 더 나아가 한국은 세계의 테러단체들에 그들의 테러행위가 통한다는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테러 근절에 부심하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이 환경변화에 따라서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어기는 나약한 나라라는 부정적 인식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의 국익’을 고려하지 않은 파병 반대론은 자제되어야 한다. 특히 이번 결의안에 서명한 의원들은 자중해야 한다. 국정을 논하는 의원들이라면 개인적 양심이나 소신보다는 냉철하게 나라의 현실을 고민하고 국익을 위해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더욱이 지금은 이라크 파병을 흔들 때가 아니다. 이 문제로 다시 국론분열이 심화된다면 앞으로 한국은 테러단체들의 ‘효과적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대국민 담화에서 ‘파병 원칙 불변’을 천명한 것은 옳은 결정이다. 다만 김씨 살해를 계기로 파병부대의 안전 문제가 본격 제기된 만큼 정부는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은 ‘파병 이후’에 철저하게 대비할 때이지 파병 여부를 놓고 다시 논란을 벌일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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