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물에 물 탄 합작드라마…수출위주 제작 한국팬엔 식상

  • 입력 2004년 5월 27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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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큰 반응이 예상되는 KBS2 한중합작극 ‘북경 내 사랑’(왼쪽)과, 그동안 한일합작극들이 피해온 ‘한국 여자-일본 남자의 사랑’에서 출발하는 iTV의 한국-대만합작극 ‘사랑의 향기’. 사진제공 KBS iTV
한국보다 중국에서 더 큰 반응이 예상되는 KBS2 한중합작극 ‘북경 내 사랑’(왼쪽)과, 그동안 한일합작극들이 피해온 ‘한국 여자-일본 남자의 사랑’에서 출발하는 iTV의 한국-대만합작극 ‘사랑의 향기’. 사진제공 KBS iTV
한국 배우가 나오고, 한국 제작진이 만드는 한중 또는 한일 합작 드라마들이 왜 한국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할까.

KBS 2TV와 중국 CCTV가 합작한 드라마 ‘북경 내 사랑’(월화 밤 9:50)의 시청률이 10일 첫방영에서 8.4%(이하 TNS미디어코리아 집계)를 기록한 뒤 5∼6%대의 낮은 수준을 맴돌고 있다. 1월 30일 방영됐던 MBC와 후지TV의 합작드라마 ‘별의 소리’도 평균 9.1%에 그쳤다. 29일 iTV(경인방송)에서 첫방영되는 한국-대만 합작드라마 ‘사랑의 향기’(토일 밤 9:20)도 한국 시청자들이 낯설어하는 비현실적 소재로 낙관하기 어려운 상태.

전문가들은 “나라마다 시청자들의 정서가 다른데, 양국의 공통 분모를 소재로 하다 보면 드라마가 싱거워질 우려가 많다”고 진단하고 있다.

▽현실성보다 시청자들의 정서=합작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정서를 감안해 현실성을 일부 포기해야 할 때가 많다. ‘북경…’ 17일 방송에 나온 여주인공 양쉬에(쑨페이페이)의 대사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은 예전에 우리(중국)의 속국이었고 2개로 분단된 나라다. 그런 작은 나라가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을 알고 싶다”는 대사 중 ‘속국’이라는 말이 네티즌의 질타를 받은 것이다.

이에 김균태 작가는 21일 사과의 글을 올려 “현지에서 직접 접한 중국인들의 생각을 드러내면서 한국은 힘없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던 대사였지만 진의가 전달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별의 소리’ 등 한일 합작 드라마가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의 사랑’이나 동화적 사랑에 머무르는 이유도 시청자들의 정서 때문. 제작진은 현대물에서 흔한 성적인 상황을 암시하면 한국 시청자들이 반발할 것을 우려해 동화적 사랑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내수보다 수출용=‘별의 소리’ ‘소나기 비갠 오후’ ‘프렌즈’ 등 한일합작드라마는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큰 인기를 끌었다. 일본에서 이 같은 드라마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최근 일본 TV가 다루지 않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 때문이다. 이런 애정물은 일본에서 10여년 전 유행했다. 그러나 애정물에 익숙한 한국 시청자들은 열정적인 사랑이 빠져 있는 한일합작드라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중합작드라마는 중국 시장을 겨냥해 현지 시청자들의 취향을 먼저 고려함으로써 한국 시청자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랑의 향기’의 한국 제작사인 미디어뱅커서울의 김기주 PD는 “한중합작물에서는 한국 드라마보다 여주인공이 사랑 때문에 더 울어야 하고, 줄거리의 빠른 전개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느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북경…’의 이교욱 PD는 “시청자들이 중국 문화를 낯설어하긴 하지만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도 상위에 드는 등 반응이 좋아지고 있다”며 “한류에 힘입어 6월 중국 CCTV가 방영할 때는 더 나은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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