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저항한 일본시인 마키무라…계간 ‘시평’ 소개

  • 입력 2004년 5월 19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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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조선을 옹호하며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하다 요절한 일본시인 마키무라 고(전村浩·1912∼1938). 계간 ‘시평’ 여름호는 일본 시인 사가와 아키(佐川亞紀)가 쓴 ‘일제의 아시아 침략에 저항한 시인’이라는 글을 통해 알려지지 않았던 마키무라의 저항시와 삶을 소개했다.

일본 고치(高知)현에서 태어난 마키무라는 학생시절부터 천황제에 반대했으며, 중학생 때 군사교련에 반대했다가 퇴학당했다. 그는 일본 프롤레타리아작가동맹에서 활동하던 조선인 시인 김용제(金龍濟)와 남다른 교분을 나누며 식민지 조선의 현실과 저항운동에 큰 애정을 보였다. 일제의 중국 침략이 본격화된 1931년 마키무라는 ‘살아있는 총가(銃架)’ ‘출정’ 등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에 반대하는 저항시를 썼다. 32년 3월에는 일본 문예지 ‘프롤레타리아 문학’에 조선인 독립운동가의 입장에서 쓴 저항 장시 ‘간도 파르티잔의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다.

“추억은 나를 고향으로 데려간다/백두산 봉우리를 넘어 낙엽송 숲을 넘어/(…)/다갈색 땅 위로/거무스름한 작은 집들이 이어지는 곳/조선 꿩이 골짜기에서 우는 함경도의 마을이여” “아아, 3월 1일!/민족의 피가 가슴을 친다, 우리들 모두가/무한의 증오를 한순간에 터뜨렸다, 우리들 어느 누가/1919년 3월 1일을 잊을까!”

그는 이 시의 발표를 이유로 3년간 투옥됐으며 모진 고문을 당해 출옥 후 정신병원에서 26세로 생을 마감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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