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게 생각하기’만으로는 부족

  • 입력 2004년 4월 6일 14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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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영학 권위지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최근호에서 "과거에는 '다르게 생각하기'를 통해 혁신적 제품을 출시하면 성공할 수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과 같은 네트워크 사회에선 기존 시장참여자와의 관계를 친화적으로 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1998년 애플컴퓨터의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혁신적 제품 '아이맥(iMac)'을 출시하면서 적자에 허덕이던 애플사를 일거에 흑자로 전환시켰다.

당시 스티브 잡스가 들고 나온 구호는 바로 '다르게 생각하기(Think Different)'. 이때부터 '다르게 생각하기'는 혁신적 제품개발을 원하는 자가 갖춰야 할 최고의 가치로 인식됐다.

하지만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3월호에 게재된 '시장에 혁신을 가져오는 새로운 규칙들'이란 글을 통해 "시장은 균형을 갈구하기 때문에 균형을 깨뜨리는 혁신에 적대적이다"고 주장했다.

이글에 따르면 영화 '뷰티플 마인드'로 유명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존 내쉬가 주장한 것처럼 시장참여자들은 균형상태를 선호한다. 균형이란 모든 시장참여자가 자신이 가장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고 있는 것으로 믿는 상태이다.

공급자 프로그램 개발자 등 최소 수천 개 이상의 기업들이 특정제품의 시장을 구성한다. 이들 시장 참여자들은 시장 환경에 대해 예측하고 행동하려면 시장이 균형을 갖추는 게 필수적이다. 혁신적 제품은 이러한 균형을 깨뜨리기 때문에 이들은 시장의 대세가 바뀔 때까지 혁신을 수용하려하지 않는다.

이들을 끌어안지 않고서는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없고 소비자도 신제품을 사용하는 데 망설인다는 것.

과거에 혁신적 제품을 내놓는 것만으로 성공을 보장받았던 적이 있다.

1891년 코닥은 '롤(roll) 필름'을 내놓아 소비자가 직접 필름을 갈아 끼울 수 있게 함으로써 카메라 사용을 대중화시켰다.

하지만 지금은 혁신적 제품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분석했다.

애플컴퓨터가 1993년에 출시한 '뉴튼(Newton)'은 PDA(휴대용 개인정보 단말기)의 효시로 꼽히지만 실패했다. 다른 기업들에 운영도구를 공개하지 않았고 독자적인 판매망을 구축했으며 기존 PC(개인용 컴퓨터)의 대체물로 이 제품을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반면 PC의 보완물로 PDA의 개념을 설정한 팜(Palm)은 성공할 수 있었다.

문서 원본 보존 프로그램인 아도브(Adobe)도 기존 시장 참여자들을 우호적 세력으로 삼는 전략을 취해 성공한 사례로 꼽혔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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