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암살 이후]하마스 정치세력화 차단 노린듯

  • 입력 2004년 3월 23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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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의 창설자인 아메드 야신에 대한 미사일 암살공격은 이스라엘의 철저한 손익계산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야신을 ‘제거’하는 것이 팔레스타인의 보복 공격을 초래하는 반사작용도 있지만 ‘눈엣가시’인 하마스의 조직력을 약화시킨다는 이익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의 계산=이스라엘은 야신을 제거하면 뚜렷한 후계자가 없는 하마스 조직이 약화돼 대(對)팔레스타인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에 앞서 이슬람 무장단체들을 무력화할 필요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철수 이후 하마스가 무장테러조직이 아닌 합법적 정치세력으로 부상하는 것도 사전 차단하려 했다는 것. 야신은 그동안 팔레스타인 선거를 보이콧했지만 암살되기 하루 전 이스라엘 철수 후 가자지구 선거에 참여하겠다며 방향을 선회했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군의 철수가 ‘저항에 밀린 것’이라는 명분을 주고 싶어 하지 않는 강경파의 입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00년 9월 남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했을 때 레바논의 헤즈볼라 게릴라측은 이를 저항운동의 승리라고 선언했기 때문.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좁아진 정치적 입지도 한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 샤론 총리는 1999년 리쿠드 당수 경선을 앞두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으며 지난달 경찰의 재조사를 받았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샤론 총리가 기소될 경우 총리직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득과 실=이 같은 이스라엘의 계산에도 불구하고 야신 암살은 단기적으로 하마스를 강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스라엘 정치평론가 다니 류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공격할수록 하마스의 입지는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장저항과 함께 학교를 지어 주민교육에 나서고 있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의 대테러전문가 루에벤 파즈는 “야신 암살이 하마스는 물론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조직들로 하여금 이스라엘 보복공격에 가세하는 사태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소수이기는 하지만 야신이 암살됨으로써 장기적으로 하마스의 활동을 크게 위축시키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23일 “표적암살로는 중동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에는 성공했지만 세계 여론을 스스로 배척하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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