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민주적 자치정부 첫발…이라크 임시헌법 서명

  • 입력 2004년 3월 8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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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 줄 초석이 될까, 아니면 이라크를 내전의 소용돌이로 몰고 갈 전주곡이 될까.

종파간 갈등과 이견으로 두 차례나 서명이 연기됐던 이라크 임시헌법이 8일 오후 7시50분(한국시간) 우여곡절 끝에 과도통치위원회(IGC)를 통과했다.

25명의 종파 및 종족 지도자로 구성된 IGC는 이날 바그다드 그린 존(Green zone) 안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폴 브리머 미 군정 최고행정관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헌법에 정식으로 서명했다.

▽자치정부 수립 첫발=이날 서명된 임시헌법은 미국이 이라크에 주권을 넘겨주는 7월 1일부터 2005년 정식 헌법이 제정될 때까지 기본법 역할을 하게 된다.

9장 64개 조항으로 구성된 임시헌법은 △국민주권 보장 △종교의 자유 인정 △임시의회 의석 25% 여성 할당 △연방제 △민간인의 군 통제 △아랍어 쿠르드어 공식 언어 인정 등을 담고 있다.

모하메드 바르 알울룸 IGC 의장은 이라크의 초대 국왕 파이잘 1세가 사용했던 고풍스러운 책상에서 임시헌법에 서명한 뒤 “이라크 역사에 결정적인 순간”이라며 감격해했다.

쿠르드족 출신인 과도정부 호샤르 제바리 외무장관도 “이번 합의는 다수인 시아파와 소수인 수니파, 쿠르드족 사이의 차이와 갈등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 넘어 산=하지만 이라크의 앞날을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 두 차례의 서명식 연기 과정에서 나타난 종파간의 갈등과 알력이 그대로 남아 있다.

특히 이라크 주민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시아파가 ‘다수의 권리’를 고집할 경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권력을 잡았던 수니파와 이번 기회에 자치권을 확보하려는 쿠르드족의 강한 반발을 불러 자칫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아파 위원 13명 중 5명은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리 알시스타니의 반대에 따라 5일 예정됐던 서명식을 행사 몇 시간 전에 거부하기도 했다.

또 저항세력의 정정불안 책동을 어떻게 극복해낼 것인지도 과제다.

첫 임시헌법 서명식 예정일(3일)을 하루 앞두고 무려 270여명이 숨진 ‘아슈라 대참사’가 발생했고, 2차 서명일(5일)을 앞두고도 바그다드 남서부 미군기지가 로켓공격을 받는 등 이라크 전역에 크고 작은 공격이 이어졌다.

임시헌법 서명식 개최 불과 1시간 전엔 바그다드 중심부 경찰서 두 곳이 저항세력의 박격포 공격을 받아 경찰관 1명 등 4명이 부상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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