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쟁]中 ‘폭식’에 美-日 “우리도 배고프다”

  • 입력 2004년 3월 7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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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거대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블랙홀’로 급성장하면서 총성 없는 에너지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의 에너지 ‘폭식증(暴食症)’은 세계 최대 석유 공급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직통 파이프라인을 연결해도 해소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렀다. 에너지 소비량 1, 2위인 미국과 일본은 당장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가져갈 ‘석유의 몫’이 커질수록 에너지는 부족하고 이는 곧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거대 소비국들은 이미 생산국들에 대해 ‘마음잡기’ 내지 주도권 장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석유전문가들은 “앞으로 에너지 문제는 국가간 패권 경쟁의 중요한 축이 되는 안보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이 거대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는 ‘블랙홀’로 급성장하면서 총성 없는 에너지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의 에너지 ‘폭식증(暴食症)’은 세계 최대 석유 공급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직통 파이프라인을 연결해도 해소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렀다.

에너지 소비량 1, 2위인 미국과 일본은 당장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가져갈 ‘석유의 몫’이 커질수록 에너지는 부족하고 이는 곧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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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소비국들은 이미 생산국들에 대해 ‘마음잡기’ 내지 주도권 장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석유전문가들은 “앞으로 에너지 문제는 국가간 패권 경쟁의 중요한 축이 되는 안보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발 에너지 전쟁=1992년까지만 해도 석유를 수출했던 중국은 93년 순수입국으로 돌아섰다. 현재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이며 수입량으로는 세계 3위. 중국의 원유소비 증가율은 세계 평균의 6배에 달한다.

중국은 2002년 하루 평균 536만배럴의 석유를 소비했고 자체 생산분(하루 338만배럴)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2030년까지 중국이 연평균 경제성장률 6%를 유지한다면 화석에너지 수요는 99년 8.5억t(1t은 석유 7.33배럴에 해당)에서 2030년 24억t으로 늘 전망. 이 경우 석유는 연간 5.7억t, 천연가스는 1.4억t을 수입해야 한다.

이미 중국 전체 31개 성(省) 시(市) 자치구 가운데 21개 지역이 전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국가 전력감독위원회는 “일부 지역의 전력상황이 생산 한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중국 VS 미국=중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에너지 확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올 1월 사우디와 천연가스 매장지역 탐사 및 생산 계약을 맺었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와 합작해 30억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사업에도 나선다.

이는 사우디와 이집트를 우방국으로 두고 중동을 ‘관리’해 온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더구나 사우디와 중국은 에너지와 무기를 사실상 ‘맞교환’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미 국립 에너지정책개발그룹에 따르면 미국의 수입석유 의존도는 85년 30%선에서 2003년 50%로 늘었고, 2020년에는 7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미국은 중국의 에너지 확보 행보를 미국의 세계 패권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고 있다. 무역 분쟁, 군사력 경쟁, 우주개발 경쟁과 함께 에너지 전쟁이 미-중 패권 다툼의 주요한 축이 되고 있는 것. 중국이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중국 VS 일본=에너지 소비 대국이면서도 부존자원이 거의 없는 일본은 중국발 위기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말 미쓰이물산은 세계최대 규모인 인도네시아 천연가스개발 프로젝트 지분 10.7%를 영국 업체로부터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중국 국영석유회사가 영국측과 서둘러 접촉해 지분 중 일부를 선점해버렸다.

지난해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10억달러 무상원조와 30억달러 부채 포기를 약속하자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올 1월 말과 2월 초 이집트 가봉 알제리를 순방하면서 아프리카 31개국에 대한 13억달러의 부채 탕감을 약속했다. 중국은 가봉과 원유수입 계약을 체결했고 이집트와는 석유가스전 개발 협정에 조인했다.

중국은 고위 군 장교를 지난해 말 아프리카에 보내고 1000여명의 군대도 파견하는 등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중국이 러시아와 지난해 말 시베리아 앙가르스크 유전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칭(大慶)을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하자 일본은 송유관 건설비용 50억달러와 탐사 및 시추비용 100억달러 제공을 약속하며 러시아의 마음을 돌리려 하고 있다. 아직 러시아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일본이 제시한 앙가르스크∼나홋카 라인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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