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준비 어떻게]<上>헬기-경장갑차 부족…안전 비상

  • 입력 2004년 2월 23일 18시 47분


코멘트
《국방부가 23일 ‘이라크 평화재건사단’을 창설하고 파병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부족한 시간과 예산, 이라크 키르쿠크의 악화되는 치안 상황 등 고민도 적지 않다. 파병 장비와 물자, 한국에 우호적인 현지여론 조성, 군사적 충돌의 대응책 등 파병 준비에 따른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점검한다.》

23일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이라크 추가 파병은 베트남 파병과 차원이 다르다. 베트남전에 우리는 전투병만 보냈고 미국이 모든 지원을 해줬다. 이번 파병은 군수 수송 전투 정보 등 모든 것을 우리 군이 책임지는 사상 첫 사례이다”라고 말했다.

파병 장비 및 물자에 관한 가장 큰 고민은 미군과의 차별화이다. 미군과 다른 모양의 군복, 개인장비, 차량 등을 이용해야 테러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우리 군의 장비, 물자만으론 장병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이다.

우리 군은 장갑차 20여대와 방탄 지프 및 트럭 등을 가져갈 예정이나 미군의 사막용 군용차량 ‘험비’나 일본 자위대의 차량형 경장갑차처럼 기동성과 강한 방호력을 동시에 갖춘 이동장비는 부족하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미군으로부터 험비 61대를 빌리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도 미군과 차별화가 안 될 것 같아 고민이다.

18대가량을 빌릴 예정인 미군 헬기도 걱정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낯선 지역의 교전에선 공중에서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우리 군의 안전한 이동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미군 헬기와 함께 움직이는 한국군을 테러단체들이 과연 어떻게 볼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군과의 차별화를 위해 우리 군 장비를 주로 쓰는 만큼 미군으로부터의 현지 부품 조달이 불가능한 것도 문제다. 각종 군수물자 수송에는 미군의 장비, 물자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야간 테러에 대처하기 위한 야간투시경은 급한 대로 국내 부대에서 충당했지만 3000여명의 파병 장병이 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폭발물 수색을 위한 군견(軍犬)은 국내 공항의 수요도 감당하지 못해 파병부대에는 아예 배치하지 못했다.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이 모든 것이 예산과 직결돼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장병들의 안전을 위해 파병 예산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부는 당초 발표한 2296억원의 파병예산안을 조정해 이번 주 중 기획예산처와 예산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이라크 사마와에 1000명을 파병하는 일본은 400억엔(약 4000억원) 정도의 파병 예산을 확보해 놓고 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