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그 많던 일자리 어디로 갔나”…'고용없는 성장' 고민

  • 입력 2004년 2월 23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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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일자리가 어디 갔을까.’

미국 경제주간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3월 1일)에 이런 표지제목으로 특집기사를 실었다.

지금 미국은 ‘고용 없는 성장’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2001년 4·4분기(10∼12월) 이후 꾸준히 성장하면서 지난해 3·4분기(7∼9월)에는 8.2%까지 높아졌다.

그런데도 이 기간 실업률은 더 올라갔다. 2001년 11월 5.6%였던 실업률은 지난해 6월 6.4%가 됐다. 뉴스위크는 “최강의 미국 경제가 일자리 창출에 허덕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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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없는 성장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기록적인 노동생산성 향상…그러나=JP모건 분석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연 평균 3.3%씩 증가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1975∼95년 미국 평균 노동생산성의 2배가 넘는 기록적인 수치다.

생산성 향상은 고용 감소로 연결됐다. 영국의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정보통신기술 발달이 2000년대 들어 노동생산성을 높였지만 고용에는 역효과를 줬다”고 분석했다.

바코드가 발달하면서 물건 값 계산이 빨라졌고, 인터넷으로 주식을 거래하면서 추가로 직원을 뽑을 필요가 없게 됐다.

미 백악관 스티븐 프리드먼 경제수석은 “1990년대 말 미국경제가 불황을 겪자 기업들은 적은 인원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체질을 개선했다”며 “그러다보니 호경기가 되어도 추가 고용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새 일자리는 중국과 인도로=솔리드코어는 컴퓨터 보안시스템을 만드는 회사. 실리콘밸리에 있는 이 회사는 일부 프로그램을 인도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인도 노동자의 임금은 미국인의 4분의 1. 덕분에 제품 가격을 경쟁사 제품보다 낮게 책정할 수 있다.

타임 최신호(22일자)는 “과거 노동집약적 제조업이 중국 인도 멕시코 등 저임금 국가로 이동했고 최근에는 서비스직과 기술집약적 산업까지 해외로 이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연간 30만∼60만개의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내 취업자 1억3000명에 비하면 적지만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미 전문가들은 2015년까지 1400만개의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가거나 외국인으로 대체될 것으로 우려한다. 더구나 금융, 정보기술(IT) 등 새로 생기는 업종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고용 없는 성장은 세계적인 추세=올 1월 발표한 국제노동기구(ILO)의 ‘세계 고용동향’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경제는 2년간 침체를 극복하고 지난해부터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실업은 오히려 악화됐다.

지난해 전 세계 실업자 수는 2002년보다 190만명 늘어난 1억8590만명으로 ILO가 고용동향을 조사한 이래 가장 많았다. 선진국일수록 실업률은 더 높다.

산업연구원 최영섭 연구위원은 “고용 없는 성장은 미국뿐 아니라 일본 한국 등 대부분 산업국가가 겪는 문제”라며 “선진국들은 기계화와 노동생산성 덕분에 인력을 줄여도 경제는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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