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외교역량 中東까지 뻗친다…中-아랍 협력 첫 공동성명

  • 입력 2004년 2월 2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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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3박4일간의 일정을 마감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이집트 방문은 중국 외교의 지평을 또 한번 넓힌 계기가 됐다.

후 주석은 지난달 30일 카이로의 아랍연맹본부에서 아므르 무사 사무총장과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중-아랍 협력포럼’ 발족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지난해 3월 취임 후 처음으로 선보인 ‘중동 이니셔티브’였다.

공동성명은 중국과 아랍 22개국간의 파트너십을 발전시키기 위해 △상호 존중을 기초로 정치관계 증진 △공동 발전을 목표로 경제 무역 강화 △문화교류 확대 △세계평화 유지를 위한 국제문제 협력 강화 등 4대 원칙을 제시했다.

후 주석은 “국제상황에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중국 인민과 아랍인들은 영원한 친구로 남을 것”이라면서 “중국 정부는 팔레스타인과 아랍 국민의 정당한 대의명분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이 아랍국가와의 전면적인 협력관계를 다룬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후진타오 체제 출범 후 중국 외교의 새로운 특징으로 부각된 ‘능동 외교’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과거 덩샤오핑(鄧小平)의 ‘도광양회(韜光養晦·어둠 속에서 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 전략에 따라 국제 문제에 관한 한 가급적 개입하지 않는 원칙을 지켜왔다.

그러나 지난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 역할을 시작으로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의 유대강화, 인도와의 국경분쟁 해결 합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방미를 통한 미국과의 협력 등 외교전략 전환을 시도해 왔다.

아랍 진영과의 유대 강화에 나선 것은 이라크전쟁 이후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상황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석유 수입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필요성도 고려됐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중국은 불개입주의에서 벗어나 국제 문제에 적극 개입하고 있으며 이번 이집트 방문도 같은 맥락”이라며 “후 주석이 제시한 대(對)아랍 4대 원칙은 향후 중동정책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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