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드보르자크 100주기 체코가 뜨겁다

  • 입력 2004년 1월 4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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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00주기를 맞은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예술혼을 기리는 첫 번째 기념콘서트에서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씨. -프라하=유윤종기자
올해로 100주기를 맞은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예술혼을 기리는 첫 번째 기념콘서트에서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씨. -프라하=유윤종기자
1989년 피를 흘리지 않고 조용하게 진행된 ‘벨벳혁명’으로 민주화를 달성한지 15년, 93년 ‘벨벳이혼’으로 슬로바키아와 평화롭게 분리된 지 11년. 유럽대륙의 심장부에 위치한 인구 1100만명의 체코공화국에 2004년은 여러모로 뜻 깊은 해가 될 전망이다.

5월 1일 체코 국민음악의 아버지로 불리는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의 서거 100주기를 맞는 데다 같은 달 유럽연합(EU) 가입을 앞두고 경제호황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체코 정부는 일찌감치 2004년을 ‘체코 음악의 해’로 정하고 대대적인 행사 지원과 홍보에 나서고 있다.

3일 저녁(현지시간) 프라하의 유서 깊은 연주회장 ‘루돌피눔’의 드보르자크 홀에서는 드보르자크의 예술혼을 기리는 첫 번째 공식 기념콘서트가 열렸다. 상임지휘자 프란티세크 프라이슬러가 지휘하는 올로모우츠 모라비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카니발 서곡’과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 등 드보르자크의 작품만으로 짜여진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날 청중의 눈길은 단연 드보르자크의 바이올린협주곡 a단조를 협연한 작은 체구의 동양인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쏠렸다. 협연자로 출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씨(49·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활달하고 여유 있는 표정으로 완숙하게 악단을 리드해나갔다. 완급(緩急)의 조화를 이룬 푸근한 연주에 청중은 이씨를 거듭 무대로 불러내며 갈채를 보냈다.

“한국인이 드보르자크를 소화하는 솜씨가 탁월해요. 서구 음악가들도 체코 전원지방의 소박함을 표현한 드보르자크의 음악에는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데 이씨는 드보르자크의 정감과 향수를 아름답게 그려냈습니다.”

지휘를 맡은 프라이슬러씨는 리허설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는데도 예상외로 결과가 좋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날 올로모우츠 모라비안 필의 연주로 문을 열어젖힌 체코의 드보르자크 연주 열기는 올해 내내 계속된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관련 문헌의 부족으로, 2차대전 이후에는 공산정권의 억압으로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던 ‘종교음악가’로서 드보르자크의 면모가 새롭게 조명될 전망이다. 구 동구권 최대의 종합 음악축제로 명성이 높은 5월의 ‘프라하 봄 음악제’에서도 그의 오라토리오 ‘성 루드밀라’가 선보인다.

프라하=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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