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체포, 부시 재선가도 파란불

  • 입력 2003년 12월 14일 23시 40분


코멘트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14일 전쟁포로의 모습으로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저항세력의 구심점이던 그가 체포됨으로써 이라크 재건작업의 양상은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입장에선 5월 1일 ‘종전(終戰)선언’ 이후 최대의 승리를 거뒀다.

몇 가지 걸림돌이 남아 있지만 지지부진했던 미국 등 연합국의 이라크 재건 노력은 탄력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제2의 베트남’을 우려했던 미국 내 민심도 반전의 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선을 앞둔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인 셈이다.

한국 일본 등의 이라크 추가 파병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저항세력 구심점 사라졌다=종전 선언 후 이라크 저항세력은 크게 후세인 추종세력,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 토착 민족주의 세력 등으로 나뉜다. 저항세력의 공격이 후세인 고향인 티크리트, 사마라 등 수니 삼각지대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미군은 후세인 추종세력을 최대 저항세력으로 평가해왔다.

후세인 체포는 추종세력의 정신적 버팀목이 사라짐을 의미한다. 오사마 빈 라덴의 방송 메시지가 알 카에다의 테러를 촉발하듯 4월 9일 미군의 바그다드 점령 때 사라진 후세인의 각종 메시지는 추종세력의 공격을 유발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따라서 추종세력이 급속히 와해될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이라크인의 뇌리에 남아 있던 후세인의 그림자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탄력받을 이라크 재건 노력=남은 저항세력은 크게 이슬람 원리주의 및 토착 민족주의 세력. 각각 이라크의 세속화와 미군의 ‘신(新)식민지화’에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무장능력은 과거 공화국수비대, 페다인 민병대 출신인 추종세력에 미치지 못하고 자금력도 빈약하다는 평가. 또 이슬람 각 종파 및 쿠르드족 등 주요 세력들은 현재 과도통치위원회에 정치적 지분을 가지고 있어 미 군정의 축출대상인 추종세력과는 저항의 동기와 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팽배해진 이라크인들의 반미감정. 미군의 ‘마구잡이식’ 대테러작전이 지속되면 이라크인들의 민심 이반은 확산돼 자생적인 저항세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또 다른 변수는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종파, 정치세력간 갈등. 과통위 내 친미인물인 아마드 찰라비 이라크국민회의(INC) 의장이 최근 유전 경호를 명목으로 6500명의 민병대를 조직하자 정치적 라이벌인 이라크국민화합(INA)측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또 지난주 수니파 거점인 ‘알 무스타파’사원이 시아파 추종세력의 공격을 받으면서 종파간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밝아진 부시의 대선가도=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전쟁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WMD)를 찾아내지 못한 데다 후세인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렸었다.

종전 후 사망한 미군은 이미 전쟁 중 사망자를 훨씬 넘어섰다. 미군이 죽어나갈수록 미국 내 ‘반(反)부시’ 캠페인은 힘을 키워갔고 민주당측은 이라크전쟁을 내년 재선을 노리는 부시의 ‘아킬레스건’으로 삼고 있었다.

후세인 체포는 심리적으로 미 유권자들의 우려를 상당 부분 잠재울 것이 분명하다. 향후 저항세력의 공격이 뜸해진다면 이라크 재건 일정은 예정대로 이행되고 ‘중동 민주화의 지렛대’라는 미국의 이라크 전략은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

2001년 11월 바닥을 친 미 경제는 최근 완연한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후세인의 체포와 이라크 재건이라는 호재까지 더해지면 부시 대통령을 이길 민주당 후보는 없어지는 셈이다.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의 추가파병 행보도 훨씬 부담을 덜게 됐다. 추가파병은 국제적 고립을 우려해온 민주당 대선후보들과 미 언론들의 우려를 덜어 부시 대통령의 또 다른 원군이 될 전망이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