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인도가 깨어났다 “중국 게 섰거라"

  • 입력 2003년 10월 26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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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날고, 인도는 뛰고 있다.”

인도와 중국은 냉전시대에 제3세계 맹주(盟主)자리를 두고 경쟁한 정치 라이벌. 동서 장벽이 무너진 이후 두 나라는 이제 경제 대국(大國)자리를 두고 새로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미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는 중국에 비해 인도가 한참 뒤져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인도 역시 오랜 잠에서 깨어나 인구 10억의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6%대의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경제 대국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

인도 경제 전문가들은 “인도가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만큼 될 수는 없겠지만 한국이 무시할 수 없는 거대 시장으로 떠오를 것은 분명하다”며 “한국도 적극적으로 인도에 눈을 돌려야 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한다.

▽인도는 떠오르는 ‘제2의 중국 시장’=인도 뉴델리 공항 주변은 노동조합의 시위로 어수선하다. 정부가 공항 민영화 방침을 발표한 뒤 고용 조건이 나빠질 것에 반대하는 집회다.

인도 정부는 제2의 공항인 뭄바이 공항, 최대 자동차회사 마루티, 최대 국영석유회사 IPCL을 민영화하겠다는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 같은 민영화 작업은 1990년 이전 폐쇄경제, 사회주의 국가였던 인도가 개방화 및 시장주의식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

주(駐)인도 한국 대사관의 김재덕(金在德) 상무관은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수출 드라이브, 민영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주변에서 도로 공사, 아파트 건설, 주민들의 사고방식이 바뀌는 것 등을 보면 인도 경제가 약진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올들어 은행 등 금융기관을 포함한 외국인 합작기업의 외국인 지분한도를 49%에서 74%로 높인 것도 획기적인 개방정책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최윤정(崔允瀞) 연구원은 “인도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2명이나 배출할 정도로 우수한 인력이 많고 개혁 개방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해 앞으로 주목할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질 높고 값싼 인력을 바탕으로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인도는 이미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국가로 발돋움해 있다.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아=인도 경제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개발도상국에서 흔히 보이는 후진적인 정치 시스템이 꼽히고 있다. 또 발달한 민주주의로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지방자치단체가 발달해 중앙 정부의 개혁의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이는 중국이 중앙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과 흔히 대비된다.

오수남(吳洙南) 아시아개발은행(ADB) 인도담당 실무책임자는 “ADB의 공여자금 3분의 1이 인도의 인프라 건설, 빈곤 퇴치 등을 위해 쓰이고 있다”며 “이 경우에는 반드시 민영화, 구조조정 등 인도 발전에 필수적인 내부 개혁 작업과 연관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델리·첸나이(인도)=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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