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 붕괴 日, 땅값 ‘반토막’… 10년 불황

  • 입력 2003년 10월 13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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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가격의 급등은 문제다. 하지만 값이 급락하는 ‘거품 붕괴’는 더 큰 문제이다.”

서울 강남 등의 부동산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는 경고가 제기되면서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등에서도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오른 뒤 일시적으로 가격이 떨어지면서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가져온 선례(先例)가 적지 않다는 것.

국제통화기금(IMF)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선진국에서 발생한 부동산 거품 붕괴 사례를 분석한 결과 부동산 거품 붕괴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많다고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일본은 1991년 4·4분기(10∼12월)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지난해 말까지 10년 이상 경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같은 경기 침체의 가장 큰 원인은 투자시장의 양대 축(軸)인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동반하락이었다.

특히 부동산시장은 1986년부터 1990년까지 4년여동안 3배 이상 폭등하다 이후 급락하기 시작해 최근까지 절반 이상 뚝 떨어졌다. 도쿄(東京) 중심지의 상업지는 최고치의 30%를 밑도는 곳도 나왔다. 이 기간에 일본 전체 땅값 하락액은 1000조엔가량으로 이는 작년 한국 GDP(596조원)의 20배에 해당하는 액수다.

부동산가격 폭락은 일본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대출 축소→기업의 자금조달 애로 심화→설비투자 규모 축소→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또 주택금융전문회사 7개사가 모두 파산하고 부동산투자전문회사 대부분이 부실화했다.

▽미국, 부동산 금융기관 줄도산=미국에서는 1980년대에 텍사스를 중심으로 한 남서부지역에서 부동산 거품 붕괴를 경험했다. 제2차 석유파동(1979년) 이후 계속된 고유가와 로널드 레이건 정부의 내수확대 정책으로 석유산업의 비중이 높았던 텍사스를 비롯한 미국 남서부지역의 경제가 호황을 누렸다. 이에 따라 1979년 말 집값을 100으로 지수화 했을 때 1985년 말 단독주택은 175, 아파트는 155에 각각 이를 정도로 오름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후 집값이 폭락해 아파트는 1988년에 80 이하로 떨어졌고 단독주택은 130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에 따라 부동산 대출 금융을 전문으로 했던 3000여개의 저축대출조합이 급격히 부실해지면서 1987년에는 500여개가 지급불능상태에 빠졌고 1993년까지 1300여개가 도산했다.

▽IMF가 울리는 경종=국제통화기금(IMF)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지금까지 선진국에서 발생한 부동산 거품 붕괴 상황을 분석한 결과 거품이 꺼질 때 가격하락폭은 평균 30%로 주식시장 거품 붕괴시 평균 가격하락폭 60%보다 작았다. 하지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은 거품 붕괴 후 평균 2년반 만에 회복되는 반면 부동산은 4년간 침체기가 계속됐다. 또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사회적 손실도 GDP의 8%나 되고 대부분의 경우 경기침체로 연결됐다. 부실화된 은행의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공적자금 투입으로 인한 재정손실도 엄청났다.

최영일(崔榮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부동산가격의 급격한 하락은 금융업은 물론 부동산관련 업종(건설업 및 건설자재업, 관련 서비스업)의 부채상환능력까지 감소시켜 경제성장률을 저하시킨다”며 “거품이 끼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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