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동아시아 환율압력' 거세진다

  • 입력 2003년 9월 30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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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미국 의회의 ‘환율 압력’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까지 하원 중소기업위원회를 중심으로 거론되던 ‘환율 조작’ 문제가 지난 주말을 고비로 미 의회 내 중국 관련 특별기구에서 논의된 데 이어 하원 금융산업위원회에서도 다뤄지게 된 것. 의회 주변부에서 논란이 되어온 환율문제가 의회 내 주무 상임위인 금융산업위의 의제로 되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 하원 금융산업위 산하 ‘국내외 통화정책·무역·기술 소위원회’는 1일 ‘중국의 환율제도가 미국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청문회를 연다.

금융산업위는 과거에도 한국과 대만을 환율조작혐의로 조사할 것을 요청했던 곳이다. 한국은 당시 제임스 베이커 미 재무장관 등과 9차례에 걸쳐 미국과 힘든 협상을 벌여야 했다. 미 재무부는 한국과의 협상결과를 90년대 초반까지 매년 두 차례씩 의회 금융산업위에 보고했다.

이에 앞서 미 의회의 ‘미국-중국 경제 및 안보 검토위’는 지난달 25일 ‘중국의 산업·투자·환율 정책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 위원회는 2000년 상·하 양원(兩院) 공화·민주당 대표들이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발족시킨 의회 특별기구.

이 청문회에는 최근 한미 재계회의에서 중국 위안화의 20∼25% 평가절상(달러당 위안화환율 하락)을 주장했던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과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 등이 출석해 증언했다.

청문회에서 로치씨는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확대는 중국 수출기업들이 미국 등으로부터의 외자유치기업이라는 점에서 미국경제에 위협이 되지 않고,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20% 오른다고 해도 중국 수출품 가격 상승은 6%에 그치기 때문에 양국간 무역수지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출해 주목을 끌었다. 반면 버그스텐 소장 등 나머지 증인들은 위안화가 평가절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환전문가들은 중국 위안화가 평가절상될 경우 원화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도 더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기기자·국제정치경제학박사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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