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글렌 허버드 교수 "한국 개혁이슈, 북핵만큼 중요"

  • 입력 2003년 8월 25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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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허버드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전 백악관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사진)는 25일 “외국투자자가 한국에 편하게 투자하려면 노사문제에 대한 제도와 원칙을 확립하고 노동 유연성을 하루 빨리 회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36차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허버드 교수는 “한국 경제의 단기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올해 3% 미만의 경제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며 “경제성장률보다 오히려 정부가 내놓은 각종 경제개혁정책들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개혁적인 정책은 타국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점수를 매기기에는 이른 시간”이라고 말했다.

허버드 교수는 “북핵과 노사문제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서로 본질이 달라 순위를 매기기는 어렵지만 한국경제의 개혁 이슈도 북핵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학자로서 개인적으로는 미국이 한국 철강제품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는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미국 철강산업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절차의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부시 행정부 초기인 2001년 5월부터 백악관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온 허버드 교수는 대규모 감세안을 만든 주역으로 올해 2월 사퇴했다.

한편 제36차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서울총회 이틀째인 25일 각국 정치 경제계 인사들은 다양한 세미나를 갖고 세계 경제 및 기업 환경 전망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글렌 허버드 전 미 백악관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경제전망-회복 혹은 디플레이션’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미국은 현재 하이테크 분야의 기업투자가 경기 회복을 주도하고 있으며 정부의 공공정책도 위험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 위안화 재평가(절상) 논란에 대해 “아직 시기상조”라며 “위안화 재평가 이전에 중국 정부는 시장을 개방하고 금융기관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지배구조’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선 참석자들이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기업투명성을 어느 정도까지 강제해야 하는지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은 “지배구조에 대한 평가는 그 지배구조의 경영성과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로버트 코헨 제일은행장은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필요한 것처럼 기업도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제임스 울시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라크전쟁 이후의 세계 질서’라는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해 “플루토늄 수출 등 불법적 관행을 계속하는 나라에 대해 국제협약보다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북핵에 대한 강경 대응 필요성을 역설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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