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보도 “성직자 성추행 교황청이 은폐”

  • 입력 2003년 8월 18일 18시 05분


교황청이 이미 1962년 전 세계 주교들에게 교회 내 성추행을 적극 은폐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누설하는 자는 파문하겠다고 위협했음을 보여주는 내부 문서가 발견됐다고 영국 BBC방송이 17일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성추행 피해자들의 변호인들이 최근 한 사제로부터 입수한 69쪽짜리 문서에서 밝혀졌다. 교황 요한 23세의 직인이 찍힌 이 문서는 전 세계 주교들에게 발송됐으며 교회 내 성추행에 대해 함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문서는 ‘사안을 극비리에 소추하기 위해 모든 관계자가 영원한 침묵의 구속을 받으며 이를 깨는 자는 파문의 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변호인들은 “이 문서는 교황청이 수십년간 사제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의 구현을 조직적으로 방해했음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교회측 변호인들은 “이 문서는 단지 교회법을 언급하고 있을 뿐 사제들에게 범죄적인 은폐에 가담하도록 지시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미 가톨릭주교회의는 이달 초 “이 같은 문서가 여러 해 동안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그 이유는 1960년대와 70년대, 그리고 1983년 채택된 지침들이 기존 문서보다 ‘상위급’ 효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83년 제정된 교황청의 교회법전에 따르면 미성년자를 추행한 사제는 성직을 박탈당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연합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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